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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배 시인 / 가을 밤
배고픈 메뚜기 달 속에 뛰어들어 달을 갉아먹고 있네.
구연배 시인 / 가을 산길에
우거진 풀숲일 때는 무어라 보이지도 않더니 서늘한 바람에 모습을 드러낸 하얀 구절초
우리도 그렇다 어디서 사는 누군지도 몰랐더니 생각지 못한 인연으로 다가와 친구 된 그대와 나
가을 산길 지천에 구절초 피고 내 마음엔 주단 깔리고
아무도 몰래 꽃 피어 온 산이 향기롭듯이 마음 나누어 한 뼘만이라도 따뜻할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다 늙어서 뒤따라오는 이 있다면 이래서 사랑은 아름답다고 지그시 힘주어 말 할 수 있는 추억 한 자락 환히 내보이고 싶다.
구연배 시인 / 가을 선물
가을이 되면 혼자되는 연습을 하는 시간 열매들은 떨어져 제 갈 길로 굴러가고 꽃씨는 바람에 흩어진다 . 혼자서도 넉넉한 저녁 새들이 부리를 다듬던 나뭇가지에 별이 걸리고 산그늘 도타운 품안에서 마른 풍경으로 새롭게 깨어난다.
기울어 진 삶도 흔들리던 다짐도 맨 얼굴로 비탈에 선 나무들처럼 꿋꿋하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겨울로 가야 한다.
외롭다는 것은 아직도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움이 저물지 않았다는 것
사라지는 것은 겉모습일 뿐 단단한 설렘으로 오래오래 기다려줘야 한다. 쓸쓸함을 견뎌야 한다.
혼자이면서 혼자이지 않은 빛나는 눈물로 그대에게 가는 길 그것이 나를 키우는 힘이고 따뜻한 희망이 된다.
구연배 시인 / 가을 숲에서
말없이 떠나간 꽃들아 새들아 이별연습으로 요란 했을 그대들의 마지막 날을 나는 귀 기울이지 못했다.
눈치 채지 못했다. 나무들도 쓸쓸함을 견디려 옷을 벗어버렸다. 가진 것이 많으면 더 외로워지는 세상 힘이 되어준 따뜻한 그늘을 추억하며
꽃자리 언덕에 서서 올려다보는 하늘 저 멀리 날아간 길이 보이고 그 곁에 흰 구름 흘러간다.
안개 깔리며 지우고 또 지우는 풍경 속으로 낙엽을 밟으며
씨앗을 묻는 흙바람 소리 들리고 아무도 빈 둥지 허물지 않는다. 돌아올 믿음을 간직한 채로.
구연배 시인 / 가을 숲의 풍경
나무를 잡고 우는 바람 소리인지 바람을 잡고 우는 나무 소리인지 마음을 잡아당기는 낭자한 소리
생비늘 같던 낙엽과 풍경을 흔들어놓기 일쑤인 바람이 그늘을 내려놓고 적요를 빚고 있다
철새들 떠나고 풀벌레 사라진 골짜기에서 생 이끼를 얹고 찬 물에 발을 씻는 바위의 침묵을 한 모금 마신다
꽃 피는 아침과 꽃 지는 저녁을 함께한 씨앗들도 제 갈 길로 가버리고 마음의 뿌리만 남아
기다림을 믿고 시간과의 싸움을 끝내면 바람도 잎도 다시 오겠지
물관을 닫고 빈 몸이 된 나무에 귀를 대면 나이테를 감는 비밀한 시간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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