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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강 시인 / 사소한 식탁
1
우리는 매일매일 사적인 밥과 더 사적인 분노를 나누지 사적인 일기장을 바람의 본적에 띄울까 사적인 절망은 숨긴 채
2
너에게로 조심스럽게 부리를 내미는 새의 저녁은 나는 돌이 될까 나는 깨진 유리병이 될까 바람의 일기장인 내 손바닥이 당신 눈썹에 다다르고 나는 영원이거나 폐허
나의 귀는,
땅의 말에 귀가 열린 구두는 침묵의 숨결에만 잠들 수 있어
지극이 사적인 출토품에게 가장 공적인 이름을 달아주겠다 정갈히 씻겨 유리 진열장 속에 넣는 꿈을 나의 오래된 수집을 나의 오래된 분류를 나의 오래된 폐기를
혹여 우리 몸이 물의 말에 귀가 열려 흡사 살결을 문지르고 문지르는 일이라면
강보에 싸인 출토품들 문지르고 문지르는 일로 한 생을 관통한 바람의 살결 달래주는 일이라면
3
이 곳 세상은 똑같은 말을 하는 등짝
맨발의 사람들이 발바닥의 지문을 끌고 바람의 필체가 바뀌는 아침까지 걸어 가야 하는
나는 물의 필체를 받아 적겠어 벌거숭이의 경전을 발굴하는 현장
늙은 여자의 젖무덤과 아무렇게나 불룩해진 살이 뭉게지기도 흐려지기도 해 아름답니? 소중한 삶
또 꾸준한 정진인 듯,
너에게로 조심스럽게 부리를 내미는 새의 저녁에는 검사도장도 찍히지 않을 물의 필체로 다음날의 일기를 쓴다
흰 눈이 펑펑 내린 날의 일기로 기억하리라
웹진 『시인광장』 2011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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