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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보경 시인 / 오래된 항구에 대한 편견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30.

한보경 시인 / 오래된 항구에 대한 편견

 

 

  그곳에 가면,

  등 근육이 실한 사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황동으로 빚은 햇살을 등에 걸머지고

  한 일자로 멈추어 서 있는, 입술이 두터운 그 사내

  오래된 항구의 구색을

  비로소 완성해 주는 그 사내

  낮은 지붕을 인

  선술집이 술에 취해 흔들거리고

  깨어진 술병들은

  입을 벌린 채 늦은 아침잠을 자는, 오래된

  그 항구의 끄트머리에

  항구를 늘 항구이게 해주는 그 사내

  질긴 육질 같은 파란이 넘실거리고 있을 것이다

  가끔 그 사내

  바다의 뒤켠에 숨어 숨죽인 울음을 베어 물 때

  파도는

  모데라토 칸타빌레로 바다를 연주하고

  망가진 부스러기를 물고 날아온

  지친 갈매기들은

  어둑어둑한

  남저음의 뱃고동 소리로

  오래된 항구의

  붉은 저녁을 두텁게 덧칠할 것이다

 

  항구는 늙어가도

  그 사내, 불로초처럼 끝내 살아 기지개를 켤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3월호 발표

 

 


 

한보경 시인

2009년 《불교문예》를 통해 등단.  웹 월간시 <젊은시인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