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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시인 / 소식 없는 시인 X
나는 전화를 기다린다. 끊긴 철길 위에서 기차를 기다린다. 괴롭지 않다. 괴롭지 않다. 낡은 주머니 안에서 메아리가 퍼진다. 괴롭다. 괴롭다. 나는 전화를 기다린다. 벨이 울리지 않아도 수화기를 든다. 경망스러운 그것은 비릿한 비명만 질러댄다. 나는 괴롭지 않다. 괴롭다. 침묵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 이것은 끝도 없다. 잘려나가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그것은 언젠가 본 허리띠를 닮았다. 그가 하고 있던 허리띠. 그는 몇 월 몇 일. 나무에 허리띠를 주고 허리 대신 목을 감았다. 나는 전화를 기다린다. 무언가 번쩍하면 폭죽이 터지는지.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다. 지금은 없는 건지. 처음부터 없던 건지. 알 수가 없다. 알아내려고 했지만 이제는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기차를 기다린다. 입에서는 항상 유령 같은 냄새가 난다. 형상을 쫒으라고 선생은 말했다. 그러나 형상을 쫒아서 무엇 할 것인가. 나는 전화를 기다린다.
달라지는 건 없다. 달라진다고 아무리 희망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는 희망을 내다팔 수도 없다. 그따위 것 아무도 사지 않는다.
밤은 길고 기차는 오지 않고 12시가 지나고 1시가 지나고 다시 12시가 지나도 망망대해. 나는 돛 위에 꼿꼿이 서서 바람을 맞는다.
괴롭다. 괴롭지 않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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