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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영애 시인 / 오랜만에 햇볕도 따뜻하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30.

김영애 시인 / 오랜만에 햇볕도 따뜻하다

 

 

  무덤에서 내려온 가족들은 한탄강 유원지에서 민물매운탕을 먹고 물놀이를 한다. 흐름에 몸을 맡기니 거스르기 어렵다. 저만큼 떠밀려가던 너는 손을 흔들고 철교 위로 기차가 지나간다. 지나가기 전과 지나간 후가 다르다.

 

  미궁 속을 헤매는, 나는 너의 너이고, 너는 나의 나이고, 어두운 밤을 밝혀줄 크리스마스추리를 세우겠다고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를 자르다가 넘어진 소나무 밑둥을 붙잡고 벌을 서는 어린 너, 쉽사리 끝나지 않는 벌, 여전히 불 밝힌 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버지가 던진 사과 때문에 우환거리가 사라지자 가족들은 오랜만에 유원지로 나가 따뜻한 햇볕을 쬐고, 우환거리였던 아버지를 묻으러 가던 날 차창 밖을 스치는 봄꽃들, 가슴 설렌다. 하나 둘 사라지는 우환거리. 오토캠핑을 계획하며 가족들이 환하게 웃는다. 오랜만에 햇볕도 따뜻하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김영애 시인

서울에서 출생. 숙명여대 국문학과 졸업. 2008년 《시현실》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