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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은영 시인 / 8월의 밀회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3.
고은영 시 모음 10편

고은영 시인 / 8월의 밀회

 

 

지금 세상엔

단지 너와 나만이 숨을 쉰다.

그리곤 아무도 없다.

 

8월이 울창한 초록빛 언어

가장 편한 자세로

이름없는 오솔길 따라

질펀히 사정하는 풀빛 향

 

하늘로 치솟는 절정

능선의 사타구니 따라 흐르다.

욕심도 없이 마구 젖어드는

황홀한 행복

 

말없이 이루어지는

너와 나, 이 떨리는 교통

 

아, 죽어도 좋을

산이 되고 숲이 되고 나무가 되고

드디어 나도 풀이되어 눕는다.

 

 


 

 

고은영 시인 / 목 놓아 울고 싶을 때가 가끔은 있다.

 

 

종일 바람에 희롱당하며

갈 곳을 잃고 날마다

같은 곳을 표류하는

우리 인생의 슬픈 바다.

 

밀물이 들수록

사랑은 썰물처럼 멀어져 간다.

육신의 결 고움도

빛바래 가는 삶의 애환이여

 

밤을 지새우다.

별들은 새벽을 밟고

안주할 수 없는 일상의 허무로

변방의 숲에서

숨죽여 울고 있었다.

 

살아감이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날이면

때로는 저잣거리에서

술 취한 나그네가 되어 휘청거리며

숨 고른 대지의 입김을 맡기도 하고

 

외진 시골의 버려진 거리쯤에서

들풀에 머리 묻고 지친 어깨 뉘어

똥물처럼 더러운 몸뚱어리로

잃어버린 별들의

아름다운 유영을 보면서

사랑의 부재에 대하여

간절히 외치고 싶은 날이 더러는 있다.

 

사람이 사랑의 양분을 마시고

살아야 함을 절감하고

무언가를 날마다 조금씩

그리워해야 만 하는 것에 대하여

목 놓아 울고 싶을 때가 가끔은 있다.

 

 


 

 

고은영 시인 / 시 지프의 형벌, 그 형상 없는 사랑을 위하여

 

 

그는 나의 텅 빈 공터에 쓸쓸하게 선 외로움이다.

그는 나의 어둠을 포근히 감싸고

그는 나의 어둠보다 더 어두우므로

그는 나의 어둠을 어둡다 하지 않는

나의 어둠 가운데 빛보다 더 따듯한 곁 불이다.

 

그는 어둠 속에 서서

인간이기에 어둠도 배워야 함을

최초로 내게 깨우쳐준 고통의 무덤이다.

 

존재를 서러워하고 완화된 통증으로 피는

사장된 빛을 희구하고

그는 무엇보다 가장 인간적인 그리움을

말할 줄 아는 눈먼 용서의 통로다.

 

그는 어둡기에 어둠을 끌어안고

어둠 속에서 가장 깊은 어둠을 사랑하고

사람다운 사랑을 그리는 영혼의 여린 사계다

 

 

그는 흔치않게 어둠으로 걸어가는

나에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양심의 푸른 창이다.

 

내 생애 가장 어두운 슬픔이다.

마지막 남은 휴머니즘이다.

 

 


 

 

고은영 시인 / 그리움은 돌아갈 곳이 없다

 

 

눈물 나는 이 못견디는 그리움이

돌아갈 길이 있었다면

당신이 이다지 그립지도 않았겠지

 

그것이 끊긴 길임을 비로소 알았을 때

막막한 시간에 소리없이 버려진 그리움이

상처 깊은 마음의 중 병임을 나는 알았다

사랑임을 뒤늦게 알았다

 

그러므로 나의 그리움은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고은영(宵火) 시인

1956년 제주도 남제주군 출생. 아호 소화(宵火=밤의 불꽃이란 뜻). 서양화가, 시인, 수필가이면서 여러 군데에서 문학상을 받았다. 월간 신춘문예, 한울 문학, 시사문단 시 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한울 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문학 넷 작가 동인, 한국 수필가협회회원, 세계문인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휴먼메신협회회원, 국제화우회회원, 그린아트 회원. 대한민국 여성 공모 다수 입상을 했다. 그런가 하면 미술 쪽에서도 나름대로 일가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수채화 대전 다수 입상, 아시아연합 전, 홍콩작가 교류전 등 그리고 시화집 <그리움이 어두워질 때까지> 을 펴냈다. 뉴스서울 연작 시 연재중. 아름다운 가정 고은영 시와 갤러리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