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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갑 시인 / 뼈
아내가 한보따리 뼈를 우린다 통 속에서 오래 우려지는 동안 뼈들은 육신을 조금씩 버렸다 뼈 한가운데로 생을 관통하는 구멍이 둥글게 드러났다 아흔둘의 생을 병실에서 쓸쓸히 하직하신 장인, 무언가 하고 싶은 말씀이 남았는지 혀를 말아 목구멍으로 넘길 때의 간절한 눈빛을 내 마음 속에 새기려 애썼다 몇 시간 우려진 끝에 물렁뼈가 있던 무릎과 넓적다리와 정강이뼈들은 희게 완전한 해탈을 얻었다 한 점 티끌도 없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 장인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고자 하셨을까 목울대를 울리지 못하고 삼켜진 말씀의 뼈, 아무도 건널 수 없는 길을 떠날 때의 슬픔은 남은 자의 것이다 아내는 말없이 뼈를 골라 물을 붓고 다시 오랫동안 우렸다 미처 하지 못한 말씀의 뼈를 가슴에 우려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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