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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미정 시인 / 절벽으로 지어진 집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

강미정 시인 / 절벽으로 지어진 집

 

 

  하루는 친 모래를 이고 가파른 절벽을 올랐다 또 하루는 붉은 벽돌을 이고 가파른 절벽을 올랐다 숨이 헐떡헐떡 심장에서 다 쏟기고 나면 꿈이었다 축축한 땀을 닦으며 매일 가파른 절벽을 오르는

 

  나의 집은 당신이었다 수 만 갈래로 찢어지는 바람이었다 바람의 물살이 흔드는 초록 나뭇잎이었다 푸른 파도였다 일렁이는 그늘이었다 그 그늘 속에 길을 낸 협곡이었다 깊은 숨결이었다 가장 많이 흔들리는 가파른 마음이었다 펄럭펄럭 돋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내벽에 걸리는 붉은 아픔이었다 헐떡헐떡 저녁 공기를 털며 무작정 내 그늘에 앉아 붉은 심장 한 벌 축축하게 걸어두고 내려가는 당신이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강미정 시인

경남 김해에서 출생. 1994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는『상처가 스민다는 것』(천년의시작, 2003)과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문학의전당, 2008)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