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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효희 시인 / 단잠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

안효희 시인 / 단잠

 

 

  무관심으로 가득한

  대합실

  그들은 말없이 떠나면 된다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떠나야 할,

  남아야 할 이유가 없는 그는

  앉아 있는 듯, 누워 있는 듯

  스르르 잠이 든다

 

  주변으로 빙 둘러쳐진 바리케이트

  경계를 이룬 팽팽한 줄을 따라

  비로소 갖게 된 작은 방

  스스로를 격리시킨 그의 잠은 사각이다

 

  같은 음들이 변주되는 그 계단 아래에

  눈을 감고 내려가다 보면

  조금씩 환해지는 모서리가 보일지도 모른다

 

  생의 마지막 열차가 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자

  도착시간을 알고 있는

  손목시계가 정확한 길이를 잴 것이다

 

  모든 것이 보호되고 용서되는

  바리케이트 안

  평화로운 잠이 달다

  팔짱을 낀 죽음이 곧 도착할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안효희 시인

1958년 부산에서 출생. 1999년 계간 《시와사상》을 통해 등단. 현재 <시와사상 > 운영위원이며  <작가와 사회> 편집위원으로 활동 中. 시집으로 『꽃잎 같은 새벽 네 시』(한국문연, 2005)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