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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리 시인 / 낙원의 풍경
오래 바라보면 바라보는 몸이 활처럼 휘는 순간이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서지 않으려고 구름의 표면장력을 팽팽히 조이는 봄 허공 바람에 휩쓸리는 것들은 죄다 밤보다 더 깊이 뿌리내린 검푸른 수초들이다
발 자칫 헛딛는다 해도 여기서는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오래 바라보면 바라보는 몸이 낙원의 풍경 같은 고인 물 속 어딘가에
애욕이 비눗방울처럼 부푼, 생이 만발한 방이 있어 물속에 내린 열나흘 달이 꽃 핀 고사목처럼 기우뚱 부풀어 오르는 봄밤
낡은 상앗대로 간신히 괴어 논 꽃 피는 밤의 무게에 활처럼 휘면서 번지면서
모든 슬픔을 그 속에 지닌 품속에 지녀온 날카로운 비수를 가만히 내려놓아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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