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목필균 시인 / 1월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3.

목필균 시인 / 1월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달

 

그렇게 살 수 있는 1월은

축복이다

 

 


 

 

목필균 시인 / 3월

 

 

햇살 한 짐 지어다가

고향 밭에 콩이라도 심어 볼까

죽어도 팔지 말라는 아버지 목소리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매지구름 한 조각 끌어다가

고운 채로 쳐서 비 내림 할까

황토밭 뿌리번진 냉이꽃

저 혼자 피다 질텐데

 

늘어지는 한나절

고향에 머물다 돌아가는

어느 날 연둣빛 꿈

 

 


 

 

목필균 시인 / 7월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목필균 시인 / 8월

 

 

누구의 입김이 저리 뜨거울까

 

불면의 열대야를

아파트촌 암내난 고양이가

한 자락씩 끊어내며 울고

 

만삭의 몸을 푸는 달빛에

베란다 겹동백 무성한 잎새가

가지마다 꽃눈을 품는다

 

 


 

 

목필균 시인 / 9월

 

 

태풍이 쓸고 간 산야에

무너지게 신열이 오른다

 

모래알로 씹히는 바람을 맞으며

쓴 알약 같은 햇살을 삼킨다

 

그래, 이래야 계절이 바뀌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한 계절이 가는데

온몸 열꽃 피는 몸살기가 없을까

 

날마다

짧아지는 해 따라

바삭바삭 하루가 말라간다

 

 


 

목필균(睦弼均) 시인

1954년 생. 춘천교육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초등학교 교사.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이 당선, 문단 데뷔. 1995년 '문학 21' 신인상 수상. 1975년 중편소설 <훈장>으로 [세대]지의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거울보기>, <꽃의 결별>, <내가 꽃이라 하네>, <엄마와 어머니 사이>.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 <들개>, <칼>,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풀꽃 술잔 나비> 등. 에세이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짧은 노래에 실린 행복>. 산문집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등. 현재 서울 숭인초등학교 교감선생님. 한국시인협회, 우이동 시낭송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