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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신선 시인 / 마음經 58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3.

홍신선 시인 / 마음經 58

 

 

  도솔암길 날빛 투명한 여느 꼭두새벽

  상수리나무 노랗게 젖은 첩첩 가을잎새들속에서

  탈옥하듯

  제 스스로 꼭지가 물러

  퉁!

  떨어지는 상수리

  한 알

 

  단단히 안으로 안으로만

  햇볕과 바람 들여논 그동안 집념이

  둥글게 익어

 

  만 톤 거함(巨艦) 이 골짜기 고요를 사정없이 박살낸다

  작은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외마디 뇌진탕이

  보여준다.

 

  내원궁 오르는 시멘트 계단 옆

  늦 깬 산죽(山竹)이 주섬주섬 나와 앉아

  실눈 아래로만 뜨고

  궁 밖 에움길 가로 건너는 이 시각 미물들

  혹 밟는자 있는지 없는지

  두리번 거릴 뿐,

 

  나는 빈 적막을 다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5월호 발표

 

 


 

홍신선 시인

1944년 경기 화성에서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및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65년 《시문학》 추천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서벽당집』(1973), 『겨울섬』(1979) , 『삶, 거듭 살아도』(1981), 『우리 이웃 사람들』(1984), 『다시 故鄕에서』(1990), 『다시 黃砂바람 속에서』(1996), 『자화상을 위하여』(2002), 『홍신선 전집』(2004) ,『우연을 점찍다』(2009)가 있고, 논문으로  『한국근대문학이론 연구』, 『우리 문학의 논쟁사』, 『현실과 언어』, 『상상력과 현실』등이 있음. 서울예대 강사, 안동대, 수원대 교수, 동국문학인회장 역임. 현재 동국대 문창과 교수로 재임. 동국문학상, 경기도문화상(1989), 녹원문학상(1982),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2002)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