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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춘 시인 / 붉은 심장들
아버지가 키우던 소 여덟 마리를 엄동에 묻었다 하늘이 쩍쩍 갈라지는 언 땅에 꿈-벅 꿈-벅 눈 뜨고 우는 소들을 순장하였다
아버지의 어머니를 잃고 아흐레 장을 치르던 장삿날보다 그 울음소리
흥건하다
씨앗소를 위해 여물 끓이던 가마솥은 우물우물 여물을 씹던 소들의 눈보다
깊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놈은 개선장군처럼 우두커니 소 우리에 내려 와 앉아 어둠을 파 먹고 아버지와 소를 송두리째 지우고 간 긴-어둠은 느리게 느리게 적막을 걸어 나간다
아버지와 소가 순장된 구덩이에서는 연일 벌건 핏물이 흐른다고 TV화면은 붉은 심장을 꺼내 흔들어대고 어머니는 화면을 향해 숟가락을 던진 채 땅바닥에 쓰러진다
전쟁이다
목숨 가진 것들의 마지막이란 이렇게 피 흘리는 일인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내가 먹었던 살(肉)들이 일제히 일어나 방안 가득 붉은 피를 쏟아 낸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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