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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지월 시인 / 빈 마당과 빨랫줄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3.

서지월 시인 / 빈 마당과 빨랫줄

ㅡ시산방 시편

 

 

  어제는 마당가에 빨랫줄을 치고

  속옷가지 널어놓은 그  빨랫줄에

  오늘은 속옷가지들 걷어냈네

  말 없는 속옷가지들 무슨 잘못 있다고

  비바람에 치이고 이리저리

  비벼지고 구겨져 빨랫줄 오르내리는가

  극락이 저 빨랫줄 너머 있다면

  새들은 나뭇가지 옮겨 앉으며

  떠나지 않는지, 왜 나는

  무대책으로만 살아가는지

  밤이 오면 달님이 명경 하나 들고

  문안 들겠지만 그도 늘 설움덩이로

  일그러지기도 하고 차오르기도 하며

  이 세상 떠나지 못하는 것 보면

  당분간 빨랫줄은 심심할테고

  빈 마당에는 아무 일 없을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5월호 발표

 

 


 

서지월 시인

1955년 대구 달성에서 출생.  1985년 《심상》,《한국문학》신인작품상에 시가 당선 되어 등단.  시집으로 『江물과 빨랫줄』,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백도라지꽃의 노래』,『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등이 있음. 현재 대구시인학교, 한중문예창작대학 지도시인.  2002년 중국 장백산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