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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배 시인 / 거미줄
나방이 붙자 출렁출렁 춤추는 거미 생사가 한 줄에 걸렸구나.
구연배 시인 / 광장
광장에 가면 섬 하나 외로운 바다를 만난다. 출렁이는 쓸쓸함과 건널 수 없는 외로움이 한 가득 밀물 든 충만.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자꾸만 비어가는 광장의 알 수 없는 품 안에서 눈물 나게 이기적인 설움을 꺼내 놓고 끝없이 끝없이 얘기하고 싶은 마음들. 사람은 왜 외로워져야 사람다워지는 걸까. 모일수록 혼자가 되어 떠도는 섬, 광장에서 적의의 시간들을 우적우적 되새김질하는 우리는 얼마나 더 쓸쓸해지는 연습을 해야 하나. 성찰할 줄 아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언젠가는 저 바다를 바다의 광막함을 날개 밑에 죄 품을 날이 오겠지. 뼈를 드러낸 그리움을 남기고 우리는 머물렀다 떠난다, 파도처럼 저 푸른 물길을 걸어 바다의 광장, 그 섬에 간다.
구연배 시인 / 그녀
비가 내린다고 전화를 했다. 나도 안다. 그런데 그녀의 전화를 받고 난 뒤의 빗소리는 곡조를 타고 내리는 노래로 들린다.
눈이 온다고 전화를 했다. 나도 안다. 그런데 그녀의 전화를 받고 난 뒤의 눈발은 하늘을 겁없이 날아다니는 춤이 된다.
멋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 생각 또한 가멸다. 그런 나에게 전해주는 그녀의 한 마디 말은 구석진 마을의 꽃을 떠오르게 하고 강물에 잠긴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한다.
무시로 나를 힘들게 하고 잠시도 나를 평화롭게 놔두지 않지만 가난한 마음의 뿌리를 톺아주고 버림받은 말들을 되살아나게 한다.
함께 있어도 쓸쓸하다.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한다. 그래서 더 절실히 그녀가 필요하다. 이것이 힘들어도 깊어만 가는 사랑의 이유다.
구연배 시인 / 그대 등에 기대어
봄 숲에 들어가 나무에 등을 기대보면 수관을 타고 오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젖살을 더듬는 아이처럼 바람의 온기와 흙 속의 물기를 발아들이는 넉넉한 뿌리의 힘
저 소리가 터져 꽃잎이 되느니 저 온기가 퍼져 그늘이 되느니
봄 나무 같은 그대 등에 기대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붉디붉은 그리움 소리를 듣고 싶다.
슬픔이 터져서 절정의 노래가 되는 그리움이 차 올라 꿈길 환히 열리는 비밀한 사랑을 우거지게 하고 싶다.
구연배 시인 / 꽃
꽃이 터진다 터지는 것은 주체할 수 없는 아픔 그러므로 꽃피는 정원에서는 누구나 생각에 어지럼병이 든다
꽃이 핀다 핀다는 것은 세상에 알려야 하는 상처 그러므로 꽃그늘에서는 누구나 추억의 피를 흘린다
그대 그리운 생각이 터지고 추억이 터지고 터져서 마침내 꽃이 되고야 마는 간절한 사랑이야기
상처가 꽃이 된다 아픔이 향기가 된다. 꽃피는 날에 꽃피니 알겠다
네게서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었던 부드럽지만 단단한 그 겨울의 폭설과 정신을 몰아치던 그대의 찬 눈빛이 모두 아름다운 마음이었다는 걸
나 이제 가슴에 핀 꽃으로 향기로우니 봄꽃이라 불러다오
무섭고 쓸쓸한 삶의 벼랑에서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기다리느니
노을이 지면 찾지 않아도 반짝이는 별 떠오르는 것은 모두 그대임을 꽃피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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