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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웅 시인 / 불변의 불면
베개는 내가 벽 쪽으로 놀아 누울 때 쓴다. 내 귀의 윤곽을 베개에 새길 때 벤다. 그러면 벽 쪽으로 함께 돌아눕는 잡념의 무게, 귓속에 꾹꾹 눌린 침묵… 그래 침묵에도 소리가… 있었나? 베개로 귀를 닫으면 파도가 일고, 침대 속의 스프링은 괄약근처럼 수축하고, 때로는 관절 소리까지 삐그덕 들려오는데…
베개에 귀를 대고 누울 때, 지구 반대편에서 귀를 대고 누운 자를, 그 자가 바라보는 벽을, 그 자의 침묵과 소리를… 나는 엿듣고 느낄 수 있다.
그 자를 사랑할까? 벽을 사랑할 수 있을까. 베개에 박힌 귀를 떼어낼 수 있을까. 귀는 일을 못해서 근육이 없다. 베개도, 벽도, 소리도… 그 자와 나도… 선량하지 못하고, 주먹 꽤나 쓰는 사람처럼 거들먹거리기만 한다.
그래, 내가 이대로 고독해도… 괜찮나 모르겠다. 자본을 경멸하면서 나를 묵인하고, 폭력에 열 받으면서 나를 용서하고… 이건 따돌림 당하는 기분인데? 사랑해도 좋나 모르겠다. 벽에서는 내가 왕인 불변의 밤. 베개 박힌 내 귀를 떼어내 벽에 걸어도 될까 모르겠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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