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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시인 / 구덕살
모두가 시인 될 필요는 없지요 치골 깊숙이 박힌 말 바람이 꽃봉오리만 살짝 건드려도 유독 가려운 그곳 이 봄 감당할 수 없는 치욕들은 어디로 쌓이는가 겨드랑이에 고인 치욕은 배꼽을 타고 흘러 왼쪽 사타구니를 더듬는다 나도 시인인데 나도 시인인데 긁을수록 발갛게 부어오르다 멍울멍울 구덕살 박이는 구부정한 봄 3월 둔덕에 꽃다지 핀다 참말로 모두가 시인 될 필요는 없었다 내가 꽃다지 앞에 엎디는 것은 가녀린 대궁에 귀를 대어 보자는 것이다 낮게 곱사등이로 흔들리겠다는 몸짓이다 비로소 나를 놓겠다는 포기각서다 세상에 못다 한 말은 꽃술로 모인다지 아름다움도 권태가 깃들어 스러지고 내 몸 어딘가에 환한 치욕이 꽃핀다 자발없이 시를 긁적인 죄 슬픈 호흡의 구덕살꽃 노랗게 핀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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