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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시인 / 슬픈 말더듬이의 시
A4 백지 속은 천길 벼랑 아래 시퍼런 강물이다
어미 품에서 놓여 嶽山, 절벽 끝으로 내몰리다가 얼음땡! 하고 멈춰 선 어린 새 한 마리
허공을 받아 안지 못한 날개깃이 파르르 떨린다
꽃들은 이름만 불러내도 시가 되는데 아, 혓바늘만 돋아 통점이 되는 말더듬이놀이
꽃으로 피지 못하고 새가 되어 날지 못하고 매독 균처럼 불안한 문자, 문자들
원고마감 날 괴발개발 그려가는 백지 위에 신석기 어느 지층에서 발굴된 알 껍질 몇 개 자모의 꼬리를 달고 굴러다닌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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