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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목필균 시인 / 내가 꽃이라 하네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5.

목필균 시인 / 내가 꽃이라 하네

 

 

눈부신 햇살이 나라고 하네

미움의 그늘도 지울 수 있고

힘겨운 땀도 거두어 줄 수 있는

금빛 눈부심이라 하네

 

라일락 향기도 나이고

보도블록 틈새로

노랗게 꽃등 켠 민들레도

나라고 하네

 

천상천하 유아독존

세상을 찾아온 발걸음

금빛 햇살이며

꽃이 나라고 하네

 

채우고 채우고도 모자란 세상

스스로 꽃이 되고

스스로 빛이 되라는

큰 스님 법문

 

내가 꽃이라 하네

 

 


 

 

목필균 시인 / 나팔꽃

 

 

어둠에 지쳐

새벽 창문을 열면

나를 불러 세우는

붉은 나팔 소리

 

나이만큼 기운 담장을 타고

음표로 그려진

푸른 잎새의 노래

 

밤새

쏟아지던 비에

말끔하게 닦여진

환한 미소 따라

달려가는 귓바퀴

 

 


 

 

목필균 시인 / 내 마음의 풍경소리

 

 

오늘은 잠들기 전에

내 마음 속 풍경소리를 들어본다

지천명이 되도록 뜬눈으로 지켜보았을 나를

 

남루한 유년의 뜰에 패여진 상처에도

입술이 까맣게 타도록 혼자 일어서야했던

학창시절의 빈주머니에도

단 한번의 궤도 이탈도 허용치 많고

외길만을 고집하며 살아왔다

 

어린 나이에 시집가서 고된 삶의 고삐를 잡고

말띠 여자 팔자대로 살면서

남에게 눈물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소리없이 울고만다

 

허탈한 마음의 처마끝에서

그 적막한 하늘을 바라보았을

풍경의 맑은 소리에 물고를 튼다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은 맑은 소리가 오히려 서러운 오늘

 

잠들기 전마다 수없이 되뇌이던

불경 한 줄, 가슴에 선혈도 박혀있는데

우울한 물길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른다

 

 


 

 

목필균 시인 / 내 오랜 친구들

 

 

해묵은 나무같이

함께 나이 먹은 친구는 든든하다

 

바쁜 시절 다 보내고

내리막길에 손잡고

가고 싶은 곳 동행하는 친구들

 

누가 은행나무인지

누가 아카시아인지

누가 소나무인지 알아가면서

연륜이 묵은 정 속에 담긴다

 

오해를 이해로 바꿀 수 있는 나이

소중해서 정답고 정들어서 소중한

나만큼 낡은 친구가

 

웃어도 알고 울어도 안다

 

 


 

 

목필균 시인 /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내 이름을 불러줄 때

텅 빈 산비탈에 서서

반가움에 손 흔드는 억새이고 싶다

 

훌훌 벗어 던진 허울

바람 속 가르는 빛살

맨몸으로 맞을 기다림

 

내 이름을 불러 줄 때

이름 앞에 늘어선 수많은 수식어를

다 잘라내고 싶다

 

이름만으로도 반가울 기억을 위해

맨몸으로 하얗게 부서지고 싶다

 

 


 

목필균(睦弼均) 시인

1954년 생. 춘천교육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초등학교 교사.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이 당선, 문단 데뷔. 1995년 '문학 21' 신인상 수상. 1975년 중편소설 <훈장>으로 [세대]지의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거울보기>, <꽃의 결별>, <내가 꽃이라 하네>, <엄마와 어머니 사이>.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 <들개>, <칼>,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풀꽃 술잔 나비> 등. 에세이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짧은 노래에 실린 행복>. 산문집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등. 현재 서울 숭인초등학교 교감선생님. 한국시인협회, 우이동 시낭송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