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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영숙 시인 / 단풍나무 택배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5.

윤영숙 시인 / 단풍나무 택배

 

 

  무성한 나뭇잎과 수천의 씨방, 비바람과 비수

  번개를 택배로 받아들었다

  콸콸 칼칼― 수억 겹

  그늘을 품고 있는 고로쇠나무

  단풍나무의 골수를 마신다

  꼭 잠긴 뿌리 속

  글썽이는 눈물방울 같은 옹이가 느껴진다

  단풍나무, 갓 깨어난 숨이

  빨려들어 가는 소리

  나무의 속살 냄새가 콧속으로 잠입

  실핏줄 따라 돈다

  내 안의 고로쇠나무, 푸른 맥박이

  발칵발칵 뛴다

  쇄골이 기지개를 켠다

  부실한 요추 속으로 잎맥 뻗어가는 소리

  쿵쾅쿵쾅 힘줄이 불거진다

  담록의 엽록소 고로쇠 수액 한 말을 다 들이켰다

 

  모세혈관 속속들이 뿌리를 뻗은

  단풍나라

  올 가을엔 나의 몸뚱이가 빨갛게 단풍 들겠지

  겨울엔 용광로를 끌어안게 될 거야

  고로쇠 수액을 다 비우고

  베란다에 나앉은 플라스틱 통

  오늘밤 나를 담아 지리산으로 날아가려는 듯

  동남쪽으로 반듯하게 서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5월호 발표

 

 


 

윤영숙 시인

충남 홍성에서 출생. 2007년 《애지》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