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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시인 / 단풍나무 택배
무성한 나뭇잎과 수천의 씨방, 비바람과 비수 번개를 택배로 받아들었다 콸콸 칼칼― 수억 겹 그늘을 품고 있는 고로쇠나무 단풍나무의 골수를 마신다 꼭 잠긴 뿌리 속 글썽이는 눈물방울 같은 옹이가 느껴진다 단풍나무, 갓 깨어난 숨이 빨려들어 가는 소리 나무의 속살 냄새가 콧속으로 잠입 실핏줄 따라 돈다 내 안의 고로쇠나무, 푸른 맥박이 발칵발칵 뛴다 쇄골이 기지개를 켠다 부실한 요추 속으로 잎맥 뻗어가는 소리 쿵쾅쿵쾅 힘줄이 불거진다 담록의 엽록소 고로쇠 수액 한 말을 다 들이켰다
모세혈관 속속들이 뿌리를 뻗은 단풍나라 올 가을엔 나의 몸뚱이가 빨갛게 단풍 들겠지 겨울엔 용광로를 끌어안게 될 거야 고로쇠 수액을 다 비우고 베란다에 나앉은 플라스틱 통 오늘밤 나를 담아 지리산으로 날아가려는 듯 동남쪽으로 반듯하게 서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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