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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필균 시인 / 명자꽃 만나면
쑥쑥 새순 돋는 봄날 명자야 명자야 부르면 시골티 물씬 나는 명자가 달려 나올 것 같다
꽃샘바람 스러진 날 달려가다가 넘어진 무릎 갈려진 살갗에 맺혀진 핏방울처럼 마른 가지 붉은 명자꽃 촘촘하게 맺힌 날
사랑도 명자꽃 같은 것이리라 흔해 빠진 이름으로 다가왔다가 가슴에 붉은 멍울로 이별을 남기는 것이리라
명자야 명자야 눈물 같은 것 버리고 촌스러운 우리끼리 바라보며 그렇게 한 세상 사랑하자
목필균 시인 / 벚꽃나무
잎새도 없이 꽃피운 것이 죄라고 봄비는 그리도 차게 내렸는데
바람에 흔들리고 허튼 기침소리로 자지러지더니 하얗게 꽃잎 다 떨구고 서서
흥건히 젖은 몸 아프다 할 새 없이 연둣빛 여린 잎새 무성히도 꺼내드네
목필균 시인 / 비빔국수를 먹으며
동대문 시장 옷가게와 꽃가게 사이 비좁은 분식집에서 비빔국수를 먹는다
혼자 먹는 것이 쑥스러워 비빔국수만 쳐다보고 먹는데 푸른빛 상추, 채질된 당근 시큼한 김치와 고추장에 버물려진 국수가 맛깔스럽다
버스, 자가용,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뒤엉킨 거리 옷감 파는 사람과 박음질하는 사람 단추, 고무줄, 장식품을 파는 크고 작은 상점이 빼곡한 곳 가난과 부유가 버물려져 사는 동대문 시장
가족과 동료, 시댁과 친정 세월의 수레바퀴 속에 나와 버물려져 사는 사람들
새콤하고 달콤하고 맵고 눈물 나고 웃음 나고 화나고 삐지고 아프고 그렇게 버물려진 시간들 울컥 목구멍에 걸린다
목필균 시인 / 시월
파랗게 날 선 하늘에 삶아 빨은 이부자리 홑청 하얗게 펼쳐 널면 허물 많은 내 어깨 밤마다 덮어주던 온기가 눈부시다
다 비워진 저 넓은 가슴에 얼룩진 마음도 거울처럼 닦아보는 시월
목필균 시인 / 시월의 편지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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