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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6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4.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6

-퇴직-

 

 

금이 간

뚜가리라고 저만치

팽개치던 그 날

 

장작불로

이글이글 청춘을 불 지르던

이십년 막은 내렸다

 

무리를 이루던

군상들,

기억 속으로 걸어가고

 

이제.

혼자인 얼굴

바람이 차갑다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7

-정치-

 

 

들치면 들칠수록

진동하는 꼬린내

 

벌어진 입마다

억 억 먹은 신파극

 

돈이면 귀신도

멋대로 부리는데

 

지조 팔아 산 명예

장 차관 쯤이야

 

몰러유 잘 몰러유

후려치면 먹었네유

 

미꾸라지 한 마리에

거덜 나는 국민정부

 

남 새끼 손꾸락질

제 눈은 왜 찔러

 

아서라 새끼 농사

맘대로 안 되느니

 

개판만도 못한 시상

귀 막고 눈 감을래

 

공납금에 허리 휘도

울 아부지 최고다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8

-근황-

 

 

白手여

남들이 흔히 말 하든

나의 두 손이여

 

누가 무어라 할까만

朝夕으로 눈치만 쌓이고

 

요즘 身手가 훤해 졌네

빈 인사에도 덜컥 중치가 메이고

 

빈손의 불편보다

한가한 이 육신의 무게여

 

아! 백수여

남의 일로만 알았든 내 빈손

하루에도 몇 번씩 씻어본다네

 

 


 

 

김동원 시인 / 빙어

 

 

친구여!

내 사랑이여

정월 대 보름엔 길 떠나 보게

기적 울리는 중앙선 열차를 타 보면

이미 본전은 건진게야

눈 쌓인 제천 역에 당도하면

의림지를 찾으시게

빙어 축제 망우리는 시름을 감아 돌고

천년 노송 읍하고 반길 걸세

기맥힌게 또 있지

군불 지핀 아랫목 빙어를 청하면

주모 손끝 투박한 사투리가 녹아나고

빙어 꼬리에 겨울이 익어가는

눈 내리는 대보름

얼음 쩡쩡 우는

의림지 잊지 마시게

 

 


 

 

김동원 시인 / 사랑

 

 

써 놓으면

단 두자이지만

 

하늘만큼 주고

땅만큼 주어도

모자라는 이

 

혹여

뉘 묻는 이 있거든

쓰다가 쓰다가

다 못쓰고

남겨두고

가는 거라고 만 하여라.

 

 


 

 

김동원 시인 / 산딸기

 

 

어허 참,

얼굴에 주근깨

여태,

못 벗었노

 

꺼풀 덮인 풋고추

곧추 세워

뒤꿈치 쳐들고

누가 더 멀리가나

꿈을 키우던

 

오줌싸개

고놈!

 

 


 

 

김동원 시인 / 삶의 짐

 

 

산책길

우연히 만난 쇠똥구리

 

얼레

꾀나 욕심을 부렸구나.

 

해는 곧

떨어질 텐데

 

자갈길

서둘러 힘에 겹지만

 

기억해 두렴

곧 깨어날 새끼를

 

나도 이제

댓돌 위

신발 가지런히 놓인

곳으로 가야겠구나.

 

 


 

김동원 시인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대구한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4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97년 1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출간. 2002년 2시집 『구멍』 출간. 2004년 3시집 『처녀와 바다』 출간. 2007년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 출간. 2011년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출간. 2014년 평론집 『시에 미치다』 출간.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6년 4시집 『깍지』 출간.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7년 운당 김용득 자서전 『동화요변』 출간. 2018년 동시집 『태양 셰프』 출간. 2018년 편저 『저녁의 詩』 출간. 2018년 대구문학상수상.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