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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시인 / 치킨게임
암탉이 계란을 하나 낳고부터 나도 하나의 계란을 낳으려고 끙끙댔다 계란이 하나의 텍스트를 낳고부터 수탉도 암탉의 울음을 울며 계란을 낳기 시작했다
수탉이 계란을 낳고부터 노란 병아리도 닭살의 생닭도 계란을 낳고 있다 계란프라이도 통닭도 조각치킨의 조각들도 계란을 낳고 심지어 닭똥집도 하물며 계란도 계란을 낳고 있다
나무들도 꽃과 열매 대신 계란을 낳고 사람들도 여아와 남아 대신 계란을 낳고 자판기들도 음료와 커피 대신 계란을 낳고 내 운동화도 발자국 대신 계란을 낳고
전속력으로 날아드는 저 계란들이 나는 너무 무섭다 나는 나도 모르게 머리를 오른쪽으로 휙 돌린다 왼쪽이 죽고 오른쪽만 겨우 살아남은 내가 계란을 낳지 못하는 한 마리 닭이 되어 닭장 안에 홀로 있다
복날이 그리 멀지 않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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