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진 시인 / 꽃비 봄비
꽃비 봄비가 간지럼을 태우네요
아이 간지러워 아이 간지러워
노오란 개나리 꽃분홍 진달래 하이얀 매화가
간지러 간지러워 까르르 웃네요
꽃비 봄비가 간지럼을 태우네요
온 세상 환하게 꽃들의 웃음소리
까르르 까르르 꽃비 봄비에 화들짝 놀란 봄
김윤진 시인 / 나무의 독백
야생초와 같이 자유분방했던 성격도 정돈된 나무가 됩니다 옹골지진 못해도 푸른빛이길 소망하며 작은 몸짓에도 나뭇잎은 귀 기울였습니다 무릇함은 낙엽 같은 슬픔을 흘리고 다녔지만
어둠은 명상 속으로 빠져듭니다 영혼은 새털처럼 가벼워져 어느새 그대에게 안깁니다 지금이었어요 생각하는 바로 그 시점이 용기를 낼 때인 것을 할 말 못해 두근거리는 심정이라니
내 마음 같을 거라고, 그러리라고 아, 그렇게 속기도 잘합니다 후벼서 받을 청솔 가지의 상처가 더럭 겁이 나는 걸까요 정맥을 타고 찬 기운이 흐르니 뿌리부터 시립니다 삶이 이리 매서운 것을 알았다면
김윤진 시인 / 내게 온 그대의 행복향기
순간 눈물이 핑 돌더군요 이것이 행복이었어요 비 오는 날 듣는 마이클 호페의 음악처럼 그대, 바다 같은 물색사랑은 스러져도 좋으리 만치 벅찬 행복감에 젖어들게 합니다 하늘을 바라보세요 높이 나는 갈매기는 훨훨, 거침없는 날갯짓 우리를 빼닮은 사랑인 것을 그래요 빈 하늘은 아니었습니다
아, 저 붉은 석양 아래 춤추듯 출렁이는 바다는 정녕 바다랍니까 넘치는 그대의 사랑입니까 온정신이 마비된 채 매혹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모든 것들은 손끝부터 저려오는 맑은 아름다움 그대로 한 편의 詩가 됩니다 모두가 내게 온 그대의 향기 그대가 안겨준 행복입니다
김윤진 시인 / 너를 위한 독백
어쩌다 그런 사랑을 해서 혹독한 열병을 앓고 있니 한동안 정신을 놓을 텐데 살얼음 같아 편치 않구나 때때로 성난 불꽃처럼 이는 가슴을 어쩌려고
어느 곳이 아픈지 울컥 이기지 못할 땐 의지하렴 만만한 삶 없겠지만 소중히 자신을 아끼면 차차 편해질 수 있을 거야 너를 위해 도울 게 없어 너를 위한 독백으로 이 환한 봄을 채운다
김윤진 시인 / 노스탤지어
어머니, 저기 눈 앞에 보이는 언덕 위 오두막집 황토흙 굴뚝에선 홀로 사시는 한 외로운 할머니가 저녁밥 지으시는 파르스름한 연기가 흡사 향수와도 같이 정다운 옛 추억처럼 아련히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오두막집 주위에는 배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온갖 유실수랑 그밖의 나무들이 제각기 잘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어머니, 전 지금 저 꿈속같이 아름다운 연기속으로 살며시 침잠돼 가며 뽀오얀 어머니의 젖무덤을 애절히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젖맛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어쩌면 비릿하고 달착지근할 어머니 젖맛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저길 좀 보세요, 어머니 이제 낙엽은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바람은 매정하게 겨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지금 무얼하고 계시는지요 어머니! 아! 내 머나먼 추억속의 어머니여!
김윤진 시인 / 눈은 내리는데
눈은 내리는데 길 한가운데서 울음이 터졌다 난감하게도 주위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애초부터 밀려오는 것들을 감내하기란 벅찬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낙엽 더미 위에도 하얀 눈이 쌓였다 그늘진 삶의 한 귀퉁이 지울 수 있다면 낙엽처럼 모아 흔적 없이 태우련만 다시 시간은 발자국을 남긴다
숨죽여 있던 무엇이 용트림하며 밖으로 나오려 한다 모든 것을 인내하기란 하늘 지는 나무처럼 힘겹지만 그대가 있어서 견딜 수 있음을
아직 시끄러운 속은 아득한데 하늘은 조용히 흰옷으로 세상을 치장해 간다 무심히 상관없는 듯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무령 시인 / 무적의 왕 (0) | 2020.07.14 |
|---|---|
| 여정 시인 / 치킨게임 (0) | 2020.07.14 |
|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6 외 6편 (0) | 2020.07.14 |
| 류경희 시인 / 사랑이란 이름으로 말입니다 외 4편 (0) | 2020.07.14 |
| 고재종 시인 / 그리운 죄 외 4편 (0) | 2020.07.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