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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윤진 시인 / 꽃비 봄비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4.

김윤진 시인 / 꽃비 봄비

 

 

꽃비 봄비가

간지럼을 태우네요

 

아이 간지러워

아이 간지러워

 

노오란 개나리

꽃분홍 진달래

하이얀 매화가

 

간지러 간지러워

까르르 웃네요

 

꽃비 봄비가

간지럼을 태우네요

 

온 세상 환하게

꽃들의 웃음소리

 

까르르 까르르

꽃비 봄비에

화들짝 놀란 봄

 

 


 

 

김윤진 시인 / 나무의 독백

 

 

야생초와 같이 자유분방했던 성격도

정돈된 나무가 됩니다

옹골지진 못해도 푸른빛이길 소망하며

작은 몸짓에도 나뭇잎은 귀 기울였습니다

무릇함은 낙엽 같은

슬픔을 흘리고 다녔지만

 

어둠은 명상 속으로 빠져듭니다

영혼은 새털처럼 가벼워져

어느새 그대에게 안깁니다

지금이었어요

생각하는 바로 그 시점이

용기를 낼 때인 것을

할 말 못해 두근거리는 심정이라니

 

내 마음 같을 거라고, 그러리라고

아, 그렇게 속기도 잘합니다

후벼서 받을 청솔 가지의 상처가

더럭 겁이 나는 걸까요

정맥을 타고 찬 기운이 흐르니

뿌리부터 시립니다

삶이 이리 매서운 것을 알았다면

 

 


 

 

김윤진 시인 / 내게 온 그대의 행복향기

 

 

순간 눈물이 핑 돌더군요

이것이 행복이었어요

비 오는 날 듣는

마이클 호페의 음악처럼

그대, 바다 같은 물색사랑은

스러져도 좋으리 만치

벅찬 행복감에 젖어들게 합니다

하늘을 바라보세요

높이 나는 갈매기는

훨훨, 거침없는 날갯짓

우리를 빼닮은 사랑인 것을

그래요

빈 하늘은 아니었습니다

 

아, 저 붉은 석양 아래

춤추듯 출렁이는 바다는

정녕 바다랍니까

넘치는 그대의 사랑입니까

온정신이 마비된 채

매혹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모든 것들은

손끝부터 저려오는 맑은 아름다움

그대로 한 편의 詩가 됩니다

모두가 내게 온 그대의 향기

그대가 안겨준 행복입니다

 

 


 

 

김윤진 시인 / 너를 위한 독백

 

 

어쩌다 그런 사랑을 해서

혹독한 열병을 앓고 있니

한동안 정신을 놓을 텐데

살얼음 같아 편치 않구나

때때로 성난 불꽃처럼

이는 가슴을 어쩌려고

 

어느 곳이 아픈지

울컥 이기지 못할 땐 의지하렴

만만한 삶 없겠지만

소중히 자신을 아끼면

차차 편해질 수 있을 거야

너를 위해 도울 게 없어

너를 위한 독백으로

이 환한 봄을 채운다

 

 


 

 

김윤진 시인 / 노스탤지어

 

 

어머니, 저기 눈 앞에 보이는

언덕 위 오두막집 황토흙 굴뚝에선

홀로 사시는 한 외로운 할머니가

저녁밥 지으시는 파르스름한 연기가

흡사 향수와도 같이

정다운 옛 추억처럼

아련히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오두막집 주위에는

배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온갖 유실수랑 그밖의 나무들이

제각기 잘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어머니, 전 지금

저 꿈속같이 아름다운 연기속으로

살며시 침잠돼 가며 뽀오얀 어머니의

젖무덤을 애절히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젖맛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어쩌면 비릿하고 달착지근할

어머니 젖맛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저길 좀 보세요, 어머니

이제 낙엽은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바람은 매정하게 겨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지금 무얼하고 계시는지요

어머니!

아! 내 머나먼 추억속의 어머니여!

 

 


 

 

김윤진 시인 / 눈은 내리는데

 

 

눈은 내리는데

길 한가운데서 울음이 터졌다

난감하게도 주위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애초부터 밀려오는 것들을 감내하기란

벅찬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낙엽 더미 위에도 하얀 눈이 쌓였다

그늘진 삶의 한 귀퉁이 지울 수 있다면

낙엽처럼 모아 흔적 없이 태우련만

다시 시간은 발자국을 남긴다

 

숨죽여 있던 무엇이 용트림하며

밖으로 나오려 한다

모든 것을 인내하기란

하늘 지는 나무처럼 힘겹지만

그대가 있어서 견딜 수 있음을

 

아직 시끄러운 속은 아득한데

하늘은 조용히 흰옷으로 세상을 치장해 간다

무심히 상관없는 듯

 

 


 

김윤진 시인/소설가

본명 : 김영이. 1997년 월간순수문학 시 등단, 1998년 월간문예사조 소설 등단. 2018, 19년 한국문학을 빛낸 100인으로 선정. 2020년 '한국문학을 빛낸'으로 선정. 하이텔문학상, 문학세계문학상, 한국문인협회 문화관광부 2002년 우량 콘텐츠 우수전자책으로 선정. 인터넷문학신문 소설 연재, 월간시사문단 시 연재. 국가고시 영양사면허취득, 2004년 월간시사문단 심사위원. ebook21(노블21) 소설작가. 시집; <내 소리가 들리세요>, <사랑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면 그리움과 만난다> 소설집; <녹색장미의 반란>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