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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시인 / 술
첫잔은 얼떨결에 둘째 잔은 체면치레로 삼 석잔 쯤 되야 간 닢은 넙더데 허니 시상이 아름 허거덩 오오, 요쯤에서 사나이 가슴에 불을 댕기는 거여 지발 몸땡이도 성 찮은데 작작 좀 허시유 까지꺼 마누라 잔소리 울 넘어 호박 터지는 소리여 드더 단참에 쭉 드더 찌울랑한 시상 촌것 찌리 들썩들썩 어깨춤이나 추는 거여
김동원 시인 / 쉰다섯 살의 동화
어릴적 구구단도 못 외워 나머지 공부한 녀석
내 살 적이든가 다섯 살 참외서리하다 들켜 혼줄나 닭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던 개구쟁이 동무들을 기억해 내다니
그 옛적 젖꼭지 물고 옹아리하며 눈 맞춰 낯익히던 보름달보다 더 크게 웃으시던 엄니 얼굴을 기억해 내려 하다니
소풍 날 강 돌 들추다 퉁바우에 쏘여
아린 손 호호 불며 징게미 자리 잡고 놀다가 해질녘 벗어 논 검정 고무신 못 찾아 돌부리 걷어차며 걷던 아린 귀가길, 나도 억울해 죽겠는데 뒤 따라 오다가 챙피해 죽겠다며 등짝을 후려칠 때 씨팔 침을 탁 뱉다가 흘끔 보니 초생 달 반 쯤 눈을 감고
쉰다섯 내 이마를 서늘하게 때리는 성긴 빗방울 눈물 반에 빗물 반 흐르네
김동원 시인 / 시인(詩人) 마을
古?선생님 사시는 단양군 단성면 제비봉 아래 오늘은 글 도적질 나섰더니
매미 울음도 척 늘어진 한 낮 선생은 출타 중이라 대문은 맷돌로 지둘러 놓고
뒷산 때까치 휘모리장단으로 한 자락 창을 뽑는데
낯익은 방울이 날 반기며 오줌을 찌리는구나.
김동원 시인 / 아! 내 고향
강릉 김씨 문화 유씨 남양 홍씨, 청풍 김씨... 두리 둥실 수수 만세
범 바우 웃짝 골 병풍 속 전설을 두르고
소, 대사창 육백년 어우러져 은행나무 아람 버는
오봉산 타는 놀 하 고운 청풍군 북면 사창 내 고향 좋을시고
김동원 시인 / 옛 기억에 흐르던 강
내 유년의 강 거슬러 올라가 보면
늘 흙강아지 되어 저지리치다 들킬 때
손찌검이 하도 메워 이붓 엄니로 알았지요
엄니 몰래 살짝 귀띔해 주시던 할머니
“다리 밑에서 주어 왔구먼”
혹시나 하고 기웃거린 거기
예나 다름없이 창백한 낮 달 저 혼자 살랑 살랑 흘러가데요
김동원 시인 / 오월에 본 하늘
아내는 식솔들이 남겨 놓은 식은 밥 늘 물에 말아 먹기에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늦은 귀가길 나는 오밤중에도 다소곳 차려준 밥상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벗어 던질 줄만 아는 빨래거리 허리가 휘어도 말이 없기에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철없이 보체는 아이들 투정에 늘 입가에 잔잔한 미소 진정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 애미의 짐 벗어 던지고 여자로 살 나이건만 동동거리는 저 뒷모습에서 본 시퍼런 하늘
팔월장마 뿌리째 뽑힌 고목 속이 텅 빈 껍데기 오! 아내는 큰 고목이였습니다.
김동원 시인 / 용두 산행
가랑잎 발목 덮는 산에 올라보니
타는 저녁놀 하도 고와 넋을 놓았어라
허기사 내 日月도 폭 삭으면 저리 고운 물 우러나려나.
아뿔사 잠시 무아경에 하산길이 아득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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