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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시인 / 봄의 소리
톡 토오옥
사방에서 꽃망울 터지는 소리 흔들지마 흔들지마
쑥 쑤우욱
흙을 뚫고 뾰오족 밀지마 밀지마 나도 빨리 나가고 싶어
여기 저기 예쁜 입술 톡 토오옥 연두부리 쑥 쑤우욱
햇님이 어서 눈을 뜨라고 손짓해 불러요
바람이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쳐 불러요
톡 토오옥 쑥 쑤우욱
김윤진 시인 / 비가 온다지요
빗물이 흐르는 것처럼 당연히 삶 속에 들어와 눈물이 되신 이여 지금 비가 온다지요 밖에는 비가 내리지만 내장 깊은 곳에선 채 흐느끼지 못한 애상한 눈물이 바다를 버금갑니다 여한 없이 사랑했던 청춘의 산머리엔 생생한 꽃들로 가득한데
살아야 하기에 사는 인생이라면 주검 같지만 살아있기에 살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것 비가 온다지요 또, 비가 내리니 빗속에서 들려오는 애끓는 목소리로 여울지며 심장부터 주저앉고 맙니다 다시 내리내리
김윤진 시인 / 빨래를 삶아요
찌그러진 헌 냄비에 빨래를 삶아요
폭폭 푹푹
우리 마음에 때가 끼이면
주저말고 냄비에 몽땅 넣고 폭폭 삶아요
묵은 때 찌든 때 새로 낀 때
모두 모두 냄비에 넣고 폭폭 삶아요
하얗게 하얗게 새하얗게
꽃향기 풀향기 사람향기
폴폴 날 때까지 폭폭 삶아요 푹푹 삶아요
김윤진 시인 / 사랑을 앞에 두고
사랑을 앞에 두고 나눌 수 없다면 인연이 아니라 여길수록 파고드는 상실감 돌연 육체의 통증으로 이어집니다
어디에 있는 줄 알면서도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자고 깨면 다시 깊은 잠에 빠지는 듯한 막막한 절망입니다
현실이 제시한 숙명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은 마음의 병을 앓습니다 그것은 이룰 수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앞에 두고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랑을 앞에 두었다면 조금은 멀어져야 할 일입니다
김윤진 시인 / 사랑의 편지를 쓰세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초라해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존경하기 때문에 스스로 작아 보이는 것입니다 외로움은 그리움을 부둥켜안고 사랑의 날갯짓으로 신호합니다
사랑의 편지를 쓸 때면 안부를 묻기에 앞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것이 더 궁금한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싶어서이고 모든 시간을 나누고 싶으면 이기심과 소유욕도 싹트나니 참된 사랑을 위해선 많은 기다림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한결같은 사랑을 위하여 바로 지금일지도 모르겠군요
보고 싶다는 말 보다 더 진솔한 말은 없답니다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말없이도 알 수 있다지만 사랑은 표현하는 것 마음모양새 무르익었을 때 진실하게 표현하세요 후회란 가장 못난 모습이지요 사랑의 고백 그보다 아름다운 모습은 없습니다 자, 지금 편지를 쓰세요 사랑이 당신 곁에서 그냥 스쳐갈지도 모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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