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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윤진 시인 / 봄의 소리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6.

김윤진 시인 / 봄의 소리

 

 

톡 토오옥

 

사방에서

꽃망울 터지는 소리

흔들지마 흔들지마

 

쑥 쑤우욱

 

흙을 뚫고 뾰오족

밀지마 밀지마

나도 빨리 나가고 싶어

 

여기 저기

예쁜 입술 톡 토오옥

연두부리 쑥 쑤우욱

 

햇님이

어서 눈을 뜨라고

손짓해 불러요

 

바람이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쳐 불러요

 

톡 토오옥

쑥 쑤우욱

 

 


 

 

김윤진 시인 / 비가 온다지요

 

 

빗물이 흐르는 것처럼

당연히 삶 속에 들어와

눈물이 되신 이여

지금 비가 온다지요

밖에는 비가 내리지만

내장 깊은 곳에선

채 흐느끼지 못한 애상한 눈물이

바다를 버금갑니다

여한 없이 사랑했던

청춘의 산머리엔

생생한 꽃들로 가득한데

 

살아야 하기에 사는 인생이라면

주검 같지만

살아있기에 살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것

비가 온다지요

또, 비가 내리니 빗속에서 들려오는

애끓는 목소리로 여울지며

심장부터 주저앉고 맙니다

다시 내리내리

 

 


 

 

김윤진 시인 / 빨래를 삶아요

 

 

찌그러진 헌 냄비에

빨래를 삶아요

 

폭폭 푹푹

 

우리 마음에

때가 끼이면

 

주저말고

냄비에 몽땅 넣고

폭폭 삶아요

 

묵은 때

찌든 때

새로 낀 때

 

모두 모두

냄비에 넣고

폭폭 삶아요

 

하얗게

하얗게

새하얗게

 

꽃향기

풀향기

사람향기

 

폴폴 날 때까지

폭폭 삶아요

푹푹 삶아요

 

 


 

 

김윤진 시인 / 사랑을 앞에 두고

 

 

사랑을 앞에 두고

나눌 수 없다면

인연이 아니라 여길수록

파고드는 상실감

돌연 육체의 통증으로 이어집니다

 

어디에 있는 줄 알면서도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자고 깨면 다시

깊은 잠에 빠지는 듯한

막막한 절망입니다

 

현실이 제시한 숙명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은

마음의 병을 앓습니다

그것은 이룰 수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앞에 두고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랑을 앞에 두었다면

조금은 멀어져야 할 일입니다

 

 


 

 

김윤진 시인 / 사랑의 편지를 쓰세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초라해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존경하기 때문에

스스로 작아 보이는 것입니다

외로움은 그리움을 부둥켜안고

사랑의 날갯짓으로 신호합니다

 

사랑의 편지를 쓸 때면

안부를 묻기에 앞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것이 더 궁금한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싶어서이고

모든 시간을 나누고 싶으면

이기심과 소유욕도 싹트나니

참된 사랑을 위해선

많은 기다림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한결같은 사랑을 위하여

바로 지금일지도 모르겠군요

 

보고 싶다는 말 보다

더 진솔한 말은 없답니다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말없이도 알 수 있다지만

사랑은 표현하는 것

마음모양새 무르익었을 때

진실하게 표현하세요

후회란 가장 못난 모습이지요

사랑의 고백

그보다 아름다운 모습은 없습니다

자, 지금 편지를 쓰세요

사랑이 당신 곁에서

그냥 스쳐갈지도 모른답니다

 

 


 

김윤진 시인/소설가

본명 : 김영이. 1997년 월간순수문학 시 등단, 1998년 월간문예사조 소설 등단. 2018, 19년 한국문학을 빛낸 100인으로 선정. 2020년 '한국문학을 빛낸'으로 선정. 하이텔문학상, 문학세계문학상, 한국문인협회 문화관광부 2002년 우량 콘텐츠 우수전자책으로 선정. 인터넷문학신문 소설 연재, 월간시사문단 시 연재. 국가고시 영양사면허취득, 2004년 월간시사문단 심사위원. ebook21(노블21) 소설작가. 시집; <내 소리가 들리세요>, <사랑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면 그리움과 만난다> 소설집; <녹색장미의 반란>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