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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시인 / 월광야화(月光野話)
장마 그치고
싸리 향 백리를 달리는
내 고향 칠월 밤
하얗게 자로 쌓이는
달빛 그 아래
달덩이 보다 더 환한
엉덩이들이 둘러앉자
호호 깔깔
자지러지던 빨래터
김동원 시인 / 아낙네들 월정사에서
지전 몇 장 어버이 영생복락 빌 수 있나요
절 몇 번 아이들 무운 장구를 빌지 않으리
일주문 지나 사천왕 부릅뜬 눈 먹고 살기위한 죄라지만 등골이 오싹 합디다
손바닥 다 닳도록 지성으로 비는 저들 자기 위안 일뿐, 이미 내 안에 자리하고 계시는걸.
서 있는 곳이 극락이라며 대웅전 추녀 끝 풍경이 고개 끄떡이더라.
김동원 시인 / 이 가을에
세상만사 잠시 구둘 목 아래 잠시 밀쳐두고 만산홍엽 저 간들어지게 수놓은 비단 치마폭 소리 소문 없이 들추고 들어가 한, 사나흘 혼절하고 싶어라
김동원 시인 / 이뿐 도적놈
첫 휴가 나오든 날 자나 깨나 눈에 밟히던 동무 너덧이 모여 쇠주 잔을 돌리며 밀린 이야기 밤새는지 몰랐지 먼데 장 닭 홰를 치는데 출출하다며 즈덜 끼리 쑥덕쑥덕 분답을 떨더니, 오! 살이 통통한 장 닭,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 천둥을 쳐 설익은 걸 개걸차게 해치웠지, 그믐밤이라 쇠죽 양동이인줄도 모르고 담아서 아! 고 맛, 얘야 ! 간밤에 장난꾼들이 스름 스름 받으며 키운 닭을 씨도 없이 서리해 갔구나 어이 고얀 눔덜 야? 어머이, 괜찮아유
김동원 시인 / 이웃사촌
동지섣달 설한풍 그 갈피,
세상에 홀로 인줄 알았더니
시아버님 가꾸신 강냉이 한 자루 주고 가는 이웃 아낙,
살강 속 숭늉 맛 나는 그들 속 내가 서 있었네.
김동원 시인 / 이젠 조국의 아들이 되어
아부지 나, 아덜 유선에 흐르는 너 애비가슴은 천둥을 치는 구나
어머이 막내, 애미는 그리움에 말문이 막히고
네가 꼭 가야할 길 가슴 쫙 펴고 당차게 가려무나
아들아 너는 어느새 나아닌 남을 위해 어깨에 무거운 짐 지었구나 수고로운 땀 발등을 적시는 조국의 부름을 받았구나,
그래 대문을 나설 때 자기를 버렸고
조국을 위해 너 한 몸 불태우리라 다짐했었지
나를 버려 전우를 나를 버려 민족을 나를 버려 조국을 사랑하는 사나이가 되어라 진짜 사나이.
김동원 시인 / 이천년 정월 초하루
아흔 넘으신 이모님 세배를 올렸다 쉰둘인 나와 아내
늙갱이 돈은 재수 있다는 구먼 세뱃돈 이천 원 내 안에 벌떡 일어서는 유년아
죽어야 할텐데 구신은 멀하누
건성인줄 알지만 떡국 한 그릇 거뜬히 비우시는
생시 적 울 엄니 뵈온 듯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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