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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시인 / 사랑이란 이름의 그대라면
원치 않던 일이 생길 때의 상심은 피할 수 없지만 가파른 인생의 물살도 평정을 찾을 때가 있고 질퍽대는 빗속에서도 고독을 즐기며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는 것은 맑은 날의 상쾌함 같은 사랑이란 이름의 우산이 감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껏 느끼고 심취하며 열정을 불사르기를 그리하여 마침내 만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오늘이 서럽지 않습니다
수렁이라 느꼈을 때 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하나의 사랑이 그대라면 흥겨운 음표를 거침없이 그리는 행복한 나날이 될 것입니다 그대가 사랑이란 이름의 바로, 그대라면
김윤진 시인 /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내가 사랑하는 것은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물이 채워져 하나로 연결되는 바다처럼 가슴에 사랑이 가득해지면 당신은 나, 나는 당신 그것은 존재의 의미입니다
당신은 물과 같은 사람 사랑할수록 바위틈에서 샘솟듯 새롭게 가득 차오르는 온정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본디 바탕이 맑아서 투명하게 푸르른 심성 당신은 바다입니까 그런 당신이 있어 갈수록 더욱 좋은 나날 하늘은 내게 살아야 할 이유와 죽어도 좋을만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난 죽기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봅니다
김윤진 시인 / 사랑했습니다
잘 지내는지 소식이나 알고 싶은데 전화를 걸고 싶지만 폐가 될까 하여 공연히 신경 쓸까 하여 잊자고 숱한 밤을 달맞이했습니다 인간사가 그렇듯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지켜줘야 할 부분이 있기에 또, 그렇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그리운 얼굴 하나 구름이 되어 흘러갑니다 곁에 줄지어 날아가는 새들이 부럽기까지 오래 참아온 나날들은 그럽니다 꽃 피고 열매 맺는 것도 아름답지만 꽃망울이 살짝 고개 내민 것이 더 설레는 아름다움이기에 깊이 묻어두고 마음으로부터 안녕을 하라고요
미련은 없으나 못 다한 안타까움이 가슴 한복판을 긁어냅니다 지금은 사랑합니다, 라는 말보다 사랑했습니다, 라는 말이 마땅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김윤진 시인 / 숨바꼭질
엄마 엄마 내가 어디 숨었나 한 번 찾아 보셔요
우리 아기 어디 숨었나
꽃잎 속에 숨었나 구름 뒤에 숨었나
헤헤헤 열려라 참깨 닫혀라 들깨
옳지 옳지 저 붙박이장 속에서
우리 아기 고운 음성이 샘물같이 퐁퐁퐁 솟아나오네
김윤진 시인 / 오월의 편지
오며 가며 유독 우편함에 눈이 가는 날입니다 언젠가 어느 때였던가 길게 접어 쓴 편지에는 온 마음 담겨있었는데 그리워라 찬란했던 시절 다시 찾아 온 오월입니다
생각하면 아름답기만 했던 여린 내 임의 사랑이여 멀리 어느 곳에서 이슬을, 꽃을, 하늘을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겨있을까 동화 같은 내 사랑 잠시라도 느끼고 싶어 오월 하늘에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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