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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정원 시인 / 또 다른 하늘 아래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7.

한정원 시인 / 또 다른 하늘 아래

 

 

또 다른 하늘 아래

임과 나는 별을 먹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늘 아래

그리움에 몸 매인 나는 하늘 끝까지

또 다른 미움으로 임과 별을 품고

있습니다.

초겨울 푸른 나무 잿빛 된 언어처럼

그렇게 또 다른 하늘 아래

임과 나는 별을 먹고 있습니다.

 

 


 

 

한정원 시인 / 메밀밭에 풍금소리

 

 

하얀 눈이 내려

내 앞에서 춤을 춘다.

이른 새벽 영롱한 이슬을 먹고

내 손끝에 흐르는 풍금소리 타고

메밀 향연 되어 어깨 춤춘다.

또 다른 날을 바라보며

메밀밭에 풍금소리

가을하늘에

꽃단풍 그림 그린다.

 

 


 

 

한정원 시인 / 바다를 먹고 푼 여자

 

 

해가 간다

하늘 넘어 해가 간다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해가 간다

바다에서 하늘 끝 땅까지

날마다 해가 바다를 품듯이

바다를 품고 푼 여자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바다를 그리며

천 년의 하늘을 그리며

바다를 또 다시 무지개 아래

매일 밤 품는다.

 

 


 

 

한정원 시인 / 보랏빛 몸짓 아리랑

 

 

먹물은 나를 휘감는다.

새벽을 삼킨 언어들을 뒤로하고

또 다른 먹물을 몸에 감듯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들의 몸짓 따라

내안에 푸름의 핏줄은

나를 보랏빛 몸짓 그리움으로

파랗게 파랗게

또 다른 보랏빛 창공으로

나를 파드닥 거리며 날개 한다.

내일에 숨을 마시기 위해서

천 년의 이끼에 숨어 있다

보랏빛 날카로운 칼끝에

어랑어히 아리어리

어라어허 아리어리

아리두리 두리둥둥

아리 아리랑 내 숨을 찾아

나는 떠난다.

 

 


 

 

한정원 시인 / 부부 바다

 

 

섬이 되어 바다를 돌다

임이 있어

하늘 그림 바다에 그린다.

섬이 되어 바다에 노래 부르다

임 숨소리 찾아

푸른 물결에 하얀 몸짓

임 눈빛 그린다.

천년을 돌고 돌아

또 다른 천년으로 함께 하는

바다 부부

섬과 섬이 되어 바다 한가운데

사랑의 붉은 노을 먹는다.

 

 


 

 

한정원 시인

1955年 서울 출생. 수도여자사범대학교, 세종대학교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서울 한영중고등학교 교사를 역임. 시집으로 [그의 눈빛이 궁금하다], [낮잠 속의 롤러코스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