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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영 시인 / 히에라 통신
로마황제가 거느린 히에라폴리스는 부유한 도시 미시아텔레포스 왕은 아내 히에라에게 이 도시를 바쳤다 도시는 에이디 60년에 비씨 17년과 마찬가지로 대지진을 밀어냈다 그리고 에이디 1354년, 지진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도시는 물길을 바꿔 사람들을 내몰기 시작했다 천 년을 가꿔온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히에라 히에라
여신이 포도 담긴 쟁반을 들어 올린다 머릿결에 올리브 잎 건너온 바람이 귀엣말을 속삭인다 대리석 다듬다가 그녀가 내미는 포도에 입맛 다시는 석공들 하늘 받칠 기둥을 세우느라 이오니아시대가 흘렀다 지금은 코린트시대라던가? 돌 다듬는 자 채석장 안에서 망치 소리로 하루 몫을 채우고
도서관에 다다른 그녀 창문 가까이 사내에게 다가간다 그는 아고라에서 이국의 물건을 뒤적이는 시장 사람들과는 달리 또 다른 세상을 찾아 책을 뒤적이고 있다 포도를 물고 사내 다시 먼 나라 이야기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반듯한 콧날
도서관 길 건너 사랑의 집 통로에 들어선다 ‘이 발의 크기이거든 오세요’ 광고를 읽으며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그녀 매끄럽게 제 몸을 휘감고 도는 뱀은 풀숲에서만 먹잇감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그녀 가만가만 콧노래 부르는데
빛 속 도시의 하루가 뒤척인다 목욕탕 칸막이 없는 화장실 여기저기서 전쟁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사내들 엊그제 원형경기장에 뿌려졌던 노예와 사자의 피에는 관심이 없다 그곳,에 성가신 죽음을 가둬두고 이곳,에서 전리품 이야기에 가쁜 숨 몰아쉰다 제 향기에 취해가는 탕 안, 이오니아시대는 흘렀다고 똑같은 입모양이다
그녀 포도 쟁반을 들고 신전에 오른다 아폴로 티케 제우스 헤라클레스 안티오코스 포세이돈 아레스 헤파이스토스 디오니소스 얼마나 더 많은 신의 이름을 내세워야 할 것인가 이 도시는
땅이 갑자기 요동을 친다 활을 쥔 무사의 팔이 석상 위로 굴러간다 이야기를 주고받던 사람들 다음을 이어가지 못한다 삽시간에 도시로 밀려든 바닷물
물기 뚝뚝 듣는 도시 쟁반에 받들고 히에라의 그녀 빗금으로 부서진다 금방이라도 떠날 채비인 채로.
웹진 『시인광장』 2011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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