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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동원 시인 / 장평에서 외 7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8.

김동원 시인 / 장평에서

 

 

잘 있으오

내 누이여

 

평창 지나 대화

한달음에 달려간 길

 

오늘은 청국장 한보시기

살가운 그 웃음

구둘장이 따습구려

 

지는 해 긴 그림자

새끼로 꽁꽁

매어두고 싶지만

 

철부지 바람은

등 떠밀며

가자가자 채근하니

 

아!

눈 천지

발 시린 저 사슴아.

 

 


 

 

김동원 시인 / 저녁상

 

 

두레상엔

소주 한 병

 

국수 한 대접

짠지 탕끼 그 옆

물 한 대접

 

아슴푸레

건너 보이는

울 엄니 세월

 

늘은국 국물로

허기 졸라맨

가는 허리

 

먼데서

개 짓는 소리,

질척한 저녁노을...

 

 


 

 

김동원 시인 / 정방사

 

 

금수산

숨은 듯 깊숙한 품속

고찰에 들려

부처님 뵈옵고

무한 소망 빌었지요.

 

빙긋 웃는 빈손

대자대비 무량세계

깨우쳐라 책하시고

 

절 마당 나서자니

곡차를 권하는

부처님 흡사한 스님,

 

공은

공이 아니라며

먼 木魚의

산 메아리

 

 


 

 

김동원 시인 / 조춘지우(早春之雨)

 

 

봄비는

소곤소곤 귀엣말로 속삭이는 거다

여린 가지에

꽃말을 달아 주려고

 

해전에

심술 한번 부렸다가

화들짝 놀란

과수원 집 늙은 부부 한숨,

지난해 가을을

여적 잊지 못 하는거다

 

논 뚝 을 걸어가노라면

자꾸만 높아지는

뒤꿈치

골골이 궁리하라고

끈덕지게 매달리는 거다

 

새들도 둥지 찾아

혼곤히 잠든 저녁 답

흔들어 깨우는 거다,

애무하는 거다

 

 


 

 

김동원 시인 / 진달래

 

 

들창을 여니

뒤란이 환하다

 

어제 낮

참새 몇 몇

웬 갓 잡된 수다

다 떨고 간 자리에

 

밤새 별들이 까르르

쏟아져 내리더니

 

얼레! 어데서

보쌈 당해 온 규수가

저리도 환하게

웃고 앉자 있누

 

 


 

 

김동원 시인 / 찐 빵

 

 

풀 풀

함박눈 오시는 날,

 

난전 가생이 좌판에

모락모락

김 오르고

 

동글동글 부풀어 올라

어릴 적 내 동무를

닮았구나.

 

아무렴,

그래

 

오늘 같은 날

누가 마실 올 것만 같아

자꾸만 내다보이는

동구 밖

 

 


 

 

김동원 시인 / 채송화

 

 

밤새 창문밖엔

동아줄 같은 빗줄기

큰일 저지를 줄 알았는데

 

오늘 내 잠 못 이루는 긴 밤은

지하도 걸뱅이 외면한 일이며

괜시리 공짜 술에 등 떠밀려 주정부린 일

솜사탕 같은 첫사랑도 떠올라

몽지리, 열고 제치다

 

늦잠 끝에

방문 활짝 열고 내다보니

 

아!

밤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빤히 쳐다보며

방실방실 웃고 있는

저 천진한

아가의 미소여

 

 


 

 

김동원 시인 / 처가

 

 

라일락 향기 물씬 풍기는

처남의 댁

 

호랑이 시아버지

비위를

살살 맞추는걸 보면

 

문밖에서 엿듣고

호랑이가 줄행랑 쳤다던

그 곶감

 

저 넉넉한 가슴

어느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사나보다

 

 


 

김동원 시인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대구한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4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97년 1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출간. 2002년 2시집 『구멍』 출간. 2004년 3시집 『처녀와 바다』 출간. 2007년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 출간. 2011년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출간. 2014년 평론집 『시에 미치다』 출간.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6년 4시집 『깍지』 출간.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7년 운당 김용득 자서전 『동화요변』 출간. 2018년 동시집 『태양 셰프』 출간. 2018년 편저 『저녁의 詩』 출간. 2018년 대구문학상수상.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