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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시인 / 장평에서
잘 있으오 내 누이여
평창 지나 대화 한달음에 달려간 길
오늘은 청국장 한보시기 살가운 그 웃음 구둘장이 따습구려
지는 해 긴 그림자 새끼로 꽁꽁 매어두고 싶지만
철부지 바람은 등 떠밀며 가자가자 채근하니
아! 눈 천지 발 시린 저 사슴아.
김동원 시인 / 저녁상
두레상엔 소주 한 병
국수 한 대접 짠지 탕끼 그 옆 물 한 대접
아슴푸레 건너 보이는 울 엄니 세월
늘은국 국물로 허기 졸라맨 가는 허리
먼데서 개 짓는 소리, 질척한 저녁노을...
김동원 시인 / 정방사
금수산 숨은 듯 깊숙한 품속 고찰에 들려 부처님 뵈옵고 무한 소망 빌었지요.
빙긋 웃는 빈손 대자대비 무량세계 깨우쳐라 책하시고
절 마당 나서자니 곡차를 권하는 부처님 흡사한 스님,
공은 공이 아니라며 먼 木魚의 산 메아리
김동원 시인 / 조춘지우(早春之雨)
봄비는 소곤소곤 귀엣말로 속삭이는 거다 여린 가지에 꽃말을 달아 주려고
해전에 심술 한번 부렸다가 화들짝 놀란 과수원 집 늙은 부부 한숨, 지난해 가을을 여적 잊지 못 하는거다
논 뚝 을 걸어가노라면 자꾸만 높아지는 뒤꿈치 골골이 궁리하라고 끈덕지게 매달리는 거다
새들도 둥지 찾아 혼곤히 잠든 저녁 답 흔들어 깨우는 거다, 애무하는 거다
김동원 시인 / 진달래
들창을 여니 뒤란이 환하다
어제 낮 참새 몇 몇 웬 갓 잡된 수다 다 떨고 간 자리에
밤새 별들이 까르르 쏟아져 내리더니
얼레! 어데서 보쌈 당해 온 규수가 저리도 환하게 웃고 앉자 있누
김동원 시인 / 찐 빵
풀 풀 함박눈 오시는 날,
난전 가생이 좌판에 모락모락 김 오르고
동글동글 부풀어 올라 어릴 적 내 동무를 닮았구나.
아무렴, 그래
오늘 같은 날 누가 마실 올 것만 같아 자꾸만 내다보이는 동구 밖
김동원 시인 / 채송화
밤새 창문밖엔 동아줄 같은 빗줄기 큰일 저지를 줄 알았는데
오늘 내 잠 못 이루는 긴 밤은 지하도 걸뱅이 외면한 일이며 괜시리 공짜 술에 등 떠밀려 주정부린 일 솜사탕 같은 첫사랑도 떠올라 몽지리, 열고 제치다
늦잠 끝에 방문 활짝 열고 내다보니
아! 밤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빤히 쳐다보며 방실방실 웃고 있는 저 천진한 아가의 미소여
김동원 시인 / 처가
라일락 향기 물씬 풍기는 처남의 댁
호랑이 시아버지 비위를 살살 맞추는걸 보면
문밖에서 엿듣고 호랑이가 줄행랑 쳤다던 그 곶감
저 넉넉한 가슴 어느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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