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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 시인 / 사라진 도서관
도서관 하나가 불탔다
목이 긴 여름밤이 장마 속에 잠겨 기억의 수문을 열었다
어머니가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가 관장인 도서관이 매운 연기를 뿜어냈다
책들을 베껴야 했다 한 문장 한 문장 꼬리까지 받침이 부러질 때까지 물고 늘어져야 했다
재가 된 구름이 검은 옷을 입고 글자의 그림자가 되어 소리 내지 못하고 흘러갔다
도서관이 불타는 것은 우주의 일 도서관이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도서관이 불에 탔다 미래가 불탔다
혈족들이 잊혀졌다 태울 것이 없어서 앞 건물 뒤 건물 놔두고 불면의 새벽을 망치로 두드렸다
이제 어떤 문장도 어법에 맞지 않는다 입술은 바닥을 드러내고 식은 땅의 유물 속에서 침이 마른 인덱스 목록이 나왔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어서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던 요절한 남자의 차가운 이름을 켜놓고 적막이 된 신전 앞에서 구걸을 한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탔다는 말 찔레꽃도 장미도 깊고 검은 흉터를 남기고 기둥 없는 열람실로 멀어져 갔다
한정원 시인 / 살구 차 아리랑
귀뚜라미 우는 소리에 살구차 한 잔을 입에 축이니 가슴이 녹아내린다. 사르르 녹는 살구차 한 잔 어랑드리 어리아리 아랑드리 아리아허아리랑 천 년의 숨결이 내 안에 다시 찾아오는 듯 하구나.
한정원 시인 / 여보야
당신이 있어 행복한 곳 우리의 삶이 녹아 있는 곳 당신 품에 숨을 얻은 곳 여보야 사랑해 당신이 있어 평안했던 곳 우리의 나눔과 문학의 여행이 가득한 곳 당신 그리움으로 가득 채운 곳 여보야 우리 영원한 둥지에 천년사랑 매일매일 그려나가자 내 사랑 내 영원한 임이여.
한정원 시인 / 연꽃 아리랑 2
임이 있어 사랑을 그립니다. 임이 있어 보고픔도 하늘에 노래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언제나 영원토록 연잎 가득한 연못에서 어랑아리 어히아리 아리어리 어허어랑 아리랑 연꽃 사랑 그림 가슴에 채우렵니다.
한정원 시인 / 재즈 아리랑 꽃(3)
하나에서 열이 된 언어 우주 작은 모래알에서 천공을 나는 은하수 별똥들 언어의 얼굴들과 시공의 색채들이 달라도 그 안에 품고 사는 모든 씨앗들은 하나에서 천으로 가도 여전히 동일한 공간과 모습들 백만 년의 시공간이 지나고 있어도 재즈아리랑에 품어나고 있는 어허아리 어히아리 어랑아리 어히둥둥 어리 아리랑은 또 다른 백만 년을 흐르며 노래한다.
한정원 시인 / 재즈는 시다
바람이 분다. 하늘의 푸름을 삼킨 바람이 내 안에 붉은 장미를 꺼내려고 바람이 분다. 하얀 건반위에 재즈 선율이 내 영혼을 쉬게 하려할 때 바람이 분다. 쪽빛하늘 품은 바람으로 한조각 하늘 배 되어 내 온 몸을 휘감는 재즈 바람이 분다. 하나의 하늘 시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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