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윤진 시인 / 올 봄에는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8.

김윤진 시인 / 올 봄에는

 

 

화려하게 활짝 핀 꽃처럼

바람을, 꿈을 느끼고 싶었다.

숨이 멈출 듯

가슴을 휘젓는 예쁜 날씨가

지난 청춘을 그립게 한다.

올 봄에는 유난히 앓고 지나가려나

 

미풍에 흔들리는 나무들은

따뜻한 수액으로

모처럼 만의 풍성함을 누리고

샛길 옆 잔디밭의 분홍 장미는

현기증이 일어 날 듯 아름다웠다

 

흐릿한 초록 아지랑이가

눈을 어지럽히고

우울한 마음은 햇살 아래 녹아 버렸다

아, 다시 올 수 없는

내 인생의 꽃같은 나날들

잊혀지지는 말았으면

 

 


 

 

김윤진 시인 /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눈을 감으면

온몸에 새겼던 감정이

목련꽃 피어나듯 하얗게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애잔한 봄

그것은 절절한 애틋함

막무가내 한 그리움이다

 

절실히 필요로 했던 것은

다친 마음 풀이였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향하기 전에

관대함으로 마주보아야 하는 것을

 

무슨 말이든 들어주고

나누고 싶었던 순간이 생각나

대책 없이 목이 메어왔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노래한 것일까

방울방울 눈물의 의미를

이제는 깨달았을까

왜 그토록 미쳤는지

그리하여 왜 혼절했는지

그리운 우리는

 

 


 

 

김윤진 시인 / 우체국에 가면

 

 

 

 우체국에 가면

 많은 정들이 오고간다

 글자들은 표정을 짓고

 물건들은 몸짓을 한다

 그리고 누더기를 벗는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쓰는 편지엔

 신경전을 벌리듯

 팽팽하게 둘러친 어떤 것도 없다

 한점 햇볕이 편지지위에

 조그마한 원을그린다.

그려지는 보고픈 얼굴

 

 우체국에 가면

 많은 사연들이 오고간다

 쏟아지는 생각, 정성들이

 일제히 시야로 들어온다.

 품으로 달려든다.

 

 마침내 만나는것

 제대로 옷을 입은 온정이

 아름다운 만남을 이룬다.

 

 


 

 

김윤진 시인 / 인생 길을 가면서

 

 

길을 갔다

길을 가는 동안에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혹여 아는척하는 이에겐

목례뿐이었다

 

땅거미가 내려앉아도

어둠이 덮는 길을 지나

불빛 밝히는 곳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 길을 갔다

그랬던 것 같다

몽롱한 달빛처럼 확연함도 없이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언제나 뒤적이는 머릿속은

까마득히 오래 전의 일까지도

불을 켜놓고 있었으니

 

문뜩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세상을 잘못 살아왔을까

가슴팍이 시리더니

온몸에 통증이 느껴졌다

두꺼운 옷을 덧입었다

왠지 행동하는 것이 낯설고

내가 아닌 것 같다

나를 누구라 하는가

새해벽두부터 막연함이

벽처럼 다가왔다

 

 


 

 

김윤진 시인 / 인생의 노래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면서

대하기가 두렵습니다

낮게 내려앉은 목소리에

잔뜩 주눅이 들었나 봅니다

이런 모습에 스스로 놀라면서

진정되지 않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만큼의 자리에서 휘어잡을 수 있음에

또 새롭습니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야 했고

그리해도 불협화음은 없었던

삶의 리듬이 한꺼번에 일그러지며

불안정한 노래가 됩니다

곧잘 부르던 노랫말도 잊고

엇박자가 되어 감정을 호소하는

풍부한 목소리도 높아만 갑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힘이 가해지고

다양한 성격 두드러지니

서로 몰랐던 모습들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며

거센 파도 가슴에서 해일이 되어

이내 주저앉는 모래성들

잔잔한 바다는 이미 아닙니다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 했던

자만은 우르르 무너지며

생활전선에 위험주의보를 알립니다

조용히 자신을 버리고

뒤늦게 깨달은 모든 것도 버립니다

그리하여 참사랑을 이루기 위해

즐거운 인생의 노래를 위해

 

 


 

김윤진 시인/소설가

본명 : 김영이. 1997년 월간순수문학 시 등단, 1998년 월간문예사조 소설 등단. 2018, 19년 한국문학을 빛낸 100인으로 선정. 2020년 '한국문학을 빛낸'으로 선정. 하이텔문학상, 문학세계문학상, 한국문인협회 문화관광부 2002년 우량 콘텐츠 우수전자책으로 선정. 인터넷문학신문 소설 연재, 월간시사문단 시 연재. 국가고시 영양사면허취득, 2004년 월간시사문단 심사위원. ebook21(노블21) 소설작가. 시집; <내 소리가 들리세요>, <사랑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면 그리움과 만난다> 소설집; <녹색장미의 반란>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