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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동원 시인 / 철쭉꽃 외 7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9.

김동원 시인 / 철쭉꽃

 

 

작년

바로 이맘 때 쯤이든가

소백산에 놀러온 아이들이

넋 놓고 재잘거리다

떨구고 간

작은 입술

고 입술

 

얼레!

저기 좀 봐

왠산 불붙었네.

활 활활 큰 애기

엉덩이에도 불붙었네.

하르르

바람 많은 소백에

꽃 사태 나내

봄 사태 났다네.

 

 


 

 

김동원 시인 / 청풍에 꽃 지오

 

 

발자국 자욱 자욱

오래 두고 보잤 더니

비가 내리오

비가 내리오

 

뒷모습 잊을세라

잡아두고 싶건만

바람이 부오

바람이 부오

 

남긴 정 아쉬워

허공을 바라보니

어쩔래

어쩔래

벚꽃은 한철 지나가오.

 

 


 

 

김동원 시인 / 초 학

 

 

거봐

값 치를 줄 알았구먼

매상고개 중허리 잘려

모가지 긴 노루는

달과 놀기를 포기 했었다지

 

범바우

넓적 돌방구 쪼개질 때

아파 길길이 뛰며 울어

까투리 청 메아리 물고

오래 전 날아가 버리고

 

저기 좀 봐

벌건 속살 드러낸 산

오한에 떨고

푸르러야 할 대지는 지쳐

생수를 찾네

생수를 찾고 있다네.

 

 


 

 

김동원 시인 / 초롱꽃

 

 

저 만치서

고개 숙여

저고리 고름 여미시더니

 

사방등 받쳐 들고

함초롬히 이슬에 젖으면서

밤새 나를

기다렸나보구나

 

아! 어느

모진 인연이기에

이다지도 긴 밤을

홀로 지새는

고독한 연인이든가

 

 


 

 

김동원 시인 / 충청도 호박 따기

 

 

됐시유

그냥 냅도유

개똥 밟은 기분이다

건드려 봐야

몽리만 부린다

 

알었시유

야중에 봐유

소주 서잔,

슬쩍 옆구리 찝쩍거려도

그냥 웃으며

 

지가 멀 알어유

알어서 해유

요 때 툭 건들면

등걸토막 넘어지듯

돌담 밖 뽕나무타고 올라간

호박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김동원 시인 / 카네이션 백만 송이

 

 

어버이 살아생전

못 다한 정 때문에

 

한 이 된 그 응혈

풀길은 막연하고

 

이승에서 거둔 인연

꿈길에도 아니 뵈니

 

어버이 날 이건만

뵈올 길 막연하와

 

갈 갈이 찢는 가슴

종아리를 걷습니다.

 

 


 

 

김동원 시인 / 코스모스

 

 

팔방미인이 따로 있더냐.

요, 요 이뿐 년

가을 선들 길

길 잃어버리기 십상이구나.

 

쪽 뻗은 종아리 하며

회창이는 허리

흰 모가지

상기된 저 얼굴 좀 보아

 

뉘 집 사랑채

들 쑤셔놓고 길 나서느냐

 

기집 등살에 쫓겨 난 놈

노름방 뒷전에 분통 친 놈

죄다 모여

짝사랑,

안달이 났구나.

 

 


 

김동원 시인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대구한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4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97년 1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출간. 2002년 2시집 『구멍』 출간. 2004년 3시집 『처녀와 바다』 출간. 2007년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 출간. 2011년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출간. 2014년 평론집 『시에 미치다』 출간.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6년 4시집 『깍지』 출간.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7년 운당 김용득 자서전 『동화요변』 출간. 2018년 동시집 『태양 셰프』 출간. 2018년 편저 『저녁의 詩』 출간. 2018년 대구문학상수상.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