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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금옥 시인 / 비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8.

유금옥 시인 / 비

 

 

  구름의 절벽에서 떨어져야 한다

 

  천둥과 번개에 머리를 부딪쳐야 한다

 

  손과 발과 엉덩이를 허공에 버려야 한다

 

  늙은 염소 뿔에 떨어지거나, 혹은

 

  풀잎 위에 떨어져도 산산조각 부서져야 한다

 

  공기처럼, 다시 한 번 튀어 올라

  장미꽃을 통과할 순 있으나

 

  붉은 꽃잎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아야 한다

 

  혹, 어느 강가의 날렵한 횟집 주방장이

 

  식칼로 당신의 배를 갈라도

  내장 한 올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살아서 푸른 바다까지 당도할 수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0월호 발표

 

 


 

유금옥 시인

2004년 《현대시학》 가을호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2009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