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진 시인 / 잃어 가는 것
이런저런 생각에 치여 누구에게도 내어줄 여유가 없고 만나면 돌아갈 시간을 계산하는 이룰 수 없는 사이가 연민으로 동여맸을까
맥없는 한숨도 부질없음을 안다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심정을 충분히 동참하고 헤아렸을까 그만 미련의 자리를 내어주렴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러나 못 보니 멀어지고 멀어지니 새삼스러워 그렇게, 그렇게 산다는 것은 하나, 둘 잃어 가는 거라지
김윤진 시인 / 잊었다는 것은
잊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없어도 삶에 익숙해지고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간이 그리워하는 이상 사랑이 스러진 것은 아니나니 그럼에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음을 다행이라 여기리
사랑과 이별은 순간의 행복과 불행처럼 일어나는 종잡을 수 없는 것 그러므로 시간 앞에 겸손해야 하고 모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만남으로 인해 벌어지는 제반사 살아있으므로 치러야 할 몫이다 잊힌다 해도 숨 쉬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슬프지만은 않으리
김윤진 시인 / 정말 좋겠습니다
적잖이 외롭다고 느낄 때 외롭다고 말해도 흉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면 슬프다고 나뭇잎이 흔들리면 설렌다고 별스럽지 않은 말도 정겨운 대화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보듬어 준다면 바보처럼 실없이 웃을 텐데 자존심도 버리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김윤진 시인 / 커피와 엽서
뜨거운 커피 한잔이 여유롭게 하는 날입니다
서늘한 바람 타고 스며드는 새로운 떨림이 시인의 삶을 참회케 합니다 헛되이 보낸 날에 대한 어리석은 후회도
한 줄의 글도 내려가지 않는 우울함을 보상하는 들꽃
오늘은 한적한 카페에 홀로 앉아 한 장의 엽서라도 띄워야겠습니다
김윤진 시인 / 풍선
빨간색 풍선 하나가 지면에서 낮게 동동동 떠간다
파랑옷을 입은 사내아이가 그 풍선을 쫓아가며 깔깔거린다
노랑치마 입은 계집아이도 까르륵 까르륵 따라간다
풍선 하나에 온 세상 다 얻은 양 사내아이 계집아이 너무 행복해하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풍선이 자꾸만 날아간다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도 계속 그 풍선을 따라가며 깔깔거리네
아무 것 없어도 풍선 하나에 행복해하는 저 아이들을 보라
마땅히 마음을 풍선처럼 가볍게 할 일이다
풍선이 자꾸 날아가네 아이들도 쉼없이 달려가네 투명하게 맑은 웃음소리도 따라가네
김윤진 시인 / 하늘아 바람아
가을을 합창하는 하늘아, 바람아 사랑도 겸손해지고 갈대도 손사랫짓하며 어여삐 반기는 가을인데 마음 한구석은 까닭도 없이 왜 이리 쓸쓸한가
하늘은 더없는 표정이건만 구름은 하얀 레이스 치장하고 미동도 않는 눈치다 흐렸다 개였다 구름 같은 이내 마음도 갈피를 잡지 못하니 한순간 둥둥 부풀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면 어쩌누
풍경으로 고즈넉이 묻혀 나는야, 실개천 좁은 다리 자전거 페달 밟으며 저 멀리 노을을 바라보며 살련다 하늘아, 바람아 가까이 오렴 가을 하늘을, 바람을 이제는 한껏 느끼고 싶거늘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택수 시인 / 꽃 단추 외 4편 (0) | 2020.07.19 |
|---|---|
| 한정원 시인 / 전주 향기 외 4편 (0) | 2020.07.19 |
| 김동원 시인 / 철쭉꽃 외 7편 (0) | 2020.07.19 |
| 권규학 시인 / 자라보고 놀란 가슴 외 4편 (0) | 2020.07.19 |
| 박일만 시인 / 전대미문 (0) | 2020.07.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