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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미 시인 / 시차
[컬러링-겨울밤 막다른 골목길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 번도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컬러링이 여러 번 반복 될 때까지,전화 받지 않는 남자. 정말 술 한 잔 사줄 생각이 없는 것인지]⋰ 형! 모해~ 전화도 안 받고.
⋱ 모하긴 모해? 잠자지. 넌 잠도 없냐?
⋰ 나? 푹 자고 일어난 지 오래됐는데?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래?
⋱ 몇 시긴, 우라질~ 새벽 6시다, 6시!
⋰ 아닌데…… 저녁일 텐데……(너무도 자신 없게)
⋱ 저녁은 무슨!, 어제 손님들과 술 마시다 조금 전에 잠들었거든! 에고~ 너 땜에 이제 잠은 다 잤다. 다 잤어. 제길……
[새벽 6시라면 저 많은 사람들은 왜 똑 같은 표정으로 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일까]
⋰ 아이고! 내가 못 살아! 몇 날 며칠을 자도, 아무도 깨워주지 않는 건 나랑 똑 같구먼…….
⋱진짜냐? 지금 저녁 맞아? 큰일 났다. 큰일! 오늘 어떤 손님이 공짜로 땔감 한 트럭 싣고 가게로 온다고 했는데…….
[닫힌 문틈에 꽂인 명함 몇 장. 그리고 그 명함 한 장 한 장, 글자들 사이에 낀 깨알 같은 패러독스.]
― 살아 계신 거죠? 땔감 싣고 왔다가 아직까지 얼어 죽은 것 같지 않아 그냥 가오. ― 언제 문 열어요? 음악 들으러 강남에서 1시간 넘게 걸려 왔구먼…….
― 곧, 문 닫을 집……, 얼른 문 열고 안주나 공짜로 주슈~
― 냉장고, 에어컨을 팔 고물상 주선. 페치카와 연통은 돈 좀 되겠던데…
― 장사치가 핸폰도 끄고 자냐? 짜샤~
― 딴 집 가오. 술은 주인장이 다 퍼마셨을 꺼이고, 아직 문 안 연 것 보니 안주 준비도 몬 했을 꺼이고.
한 사내의 뼈 사이를 뚫는 삐라들…
늘 그에겐, 안보다 밖이 더 소란하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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