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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화 시인 / 안개속의 플라멩코
빨간 치맛자락 펄럭 접히는 소리 깐떼 혼도* 무희의 손뼉소리에 맞춰 안개를 들이마시며 올레**를 외친다 입안에 흥건히 피가 고인다 올레! 올레! 춤추다 혼절하는 사방이 의심으로 둘린 바다 오리 배들이 둥둥 떠다닌다 사람들 눈에서 켜졌다 사그라지는 담뱃불, 불빛이 안개를 태우지 못하는 침침한 갑판 위에서 나는 손바닥에 믿음이라 쓴다 믿음을 빨아들인 안개, 손금이 희미해진다 순간 박자를 놓친 무희의 빨간 치맛자락이 회오리바람 속으로 타들어간다 둥둥 표류하는 오리들 닻을 잃어버린 오리들 올레! 올레! 안개 속 관념어에 메인 나침반 바늘이 태양을 찾아 헛바퀴를 돌고 도는 올레! 올레! 나는 안개의 맥을 짚는다 물 위를 걷던 베드로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물에 빠졌다는 전언 깐떼의 태양, 안개 속의 플라멩코
*깐떼 혼도(Cante Jondo): 심오한 노래, 플라멩코 가창에서 심오하고 고통스런 절규 **올레(oie): 힘을 내라는 감탄사, 플라멩코 특유의 구령
웹진 『시인광장』 2011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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