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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라 시인 / 폭우
곡비처럼 서럽게 우는 비를 버릴 수 없는 조그만 섬처럼 거친 등을 지니고 잔뜩 웅크린 사람들이 용산역에서 하릴 없이 계단 밑을 파고드는 시절을 지나고 있다
멀리 따듯한 손을 놓고 온 깍지 낀 손이 갈래갈래 낯선 길처럼 갈라져 있고 그 사이로 철로가 선명하다 하중을 견디는 침목 따라 살아온 이들이 아는 밤들 무수히 비가 쏟아지고 가슴팍으로 물이 고이다가 넘치고 옹이처럼 마디마디가 슬픈 관절이 된다
이 비 개이면 무지개 뜨는 행운은 다시 빗겨가고 두 눈에 보이는 낡은 것들은 더 낡아가고 두 눈을 벗어나며 날아오른 것들은 더 높게 날아오르겠지
한참을 울던 사람들은 등 뒤에서 언제나 감당 못할 비가 온다 떠나면 되는 일처럼 그렇게 날들은 가고
한 때를 푹 적셔본 사람은 잠결에도 비가 온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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