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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곽승란 시인 / 눈물 자리 그 자리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3.

곽승란 시인 / 눈물 자리 그 자리

 

 

동장군 콧노래 흥겨워해도

남들은 그럭저럭 살만하다는데

내겐 따스한 마음 오간데 없고

남은 외로움 익어만 간다.

 

눈물 자리 깊어가는 그 자리

그리움 먹으며 적실 때

겨울 하늘빛 햇살에

얼었던 땅 녹으면

시린 가슴 녹여 흘러 보내고

 

산 너머 저 너머 먼 곳에서

들로 산으로 봄바람 불어와

아지랑이, 벌, 나비 함께 오면

한숨 배인 베갯잇 뜯어 빨아

양지 쪽에 훌훌 털어 말려야겠다.

 

 


 

 

곽승란 시인 / 눈밭이 따뜻하다 지만

 

 

마른 가지 사이로

심심한 바람이 불어온다.

외로움에 가득 찬 내 가슴에

한기로 다가온다.

 

어떤 이들은

눈밭이 따뜻하다 지만

외로운 사람에겐

차갑게만 느껴지는데

 

춥다, 추워온다.

따뜻한 화롯가에

보리차 한 잔이라도

그대와 함께라면 행복할 텐데

 

먼 길 머나먼 길 떠난

그대가 다가온다.

가을 한겹 뒤에 숨은

추운 바람을 타고.

 

 


 

 

곽승란 시인 / 달그림자의 사연

 

 

하루 일을 마친

붉은 태양은

휘어진 가지에 걸터 앉아

어둠을 재촉하고

 

서산에 수놓는 저녁 놀

어느새 달빛을 마중하며

 

가슴에 숨은 그리움

살며시 고개를 든다.

 

마음 안에 이미

봄이 서성이는데

겨울밤을 밟는 바람은

갈대 숲에 숨어 기웃거리고

 

임 그리워 목멘

내 작은 가슴

처연한 사랑 그리워

슬픈 달그림자 품고 있다.

 

 


 

 

곽승란 시인 / 달맞이 꽃 그리움

 

 

한번쯤 더 바라 보고 싶은 저 하늘가.

서산 끝자락에 걸려 있는 황혼 빛

반가워 얼굴 내민 노오란 달맞이 꽃

달빛이 그리운 걸까

사랑이 그리운 걸까

 

둥근 달이 뜨면

남몰래 곱게 숨겨둔 그리운 잎새

하나 둘 터트리며

사알짝 오색실로 수 놓은듯

이슬 방울 머금어

무지개 피우고

 

지극히 고운 입김 뜨거워

사랑하기도 전에

충혈된 슬픈 눈 망울

달빛에 가리우고

마음은 어느새

파아란 하늘에 돛단배 띄워

사랑 하는 님 어서 오라 손짓하네.

그리움에 내얼굴야위어 간다고.

 

 


 

 

곽승란 시인 / 당당한 황혼의 동행

 

 

모자란 만큼 어리석음은

질긴 고독을 되씹고

지나온 세월은 무성하리 만큼

온갖 삶을 운명처럼

버리지 못한 채

또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새로움에 가슴 설레던 희망은

아무 것도 아닌 무의미란

하루하루가 먹어버린 것인지

끝까지 가슴 한켠 무거움을

버리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낼 것인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삶의 모퉁이

이젠 뒤돌아서 후회보다

주름진 갈피갈피마다

거름을 주고

희망을 심어도 늦지 않은 건지

 

설음이 진하게

눈물로 다가와도

커피 한 잔에 담아 마시고

당당하게 황혼의 동행이 된다면

나의 바보스런 삶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곽승란 시인 / 들꽃처럼

 

 

긴 겨울 황량한 바람 때문에

상큼한 흙 냄새 들꽃향기

흰 눈이 덮어 어디론가 숨었고

추워서 얼고 외로워서 춥던 날

뜨겁던 옛이야기 들춰보았네.

 

꿈과 희망의 결실로

행복 열매 얻고 싶던 시간을

모두 다 태우고 뒤돌아서 울던 날

그래도 그때가 그리운 것은

따스한 봄기운 때문인 거야!

 

별빛 쏟아질 것 같은

한 겨울 지나고

차가운 눈 속에서 꿈틀거리며

단단해진 흙 박차고 헤쳐 나오는

어린 생명체처럼

 

고독은 즐기고 외로움 벗 삼아

얼어서 시린 가슴

봄눈 녹듯 사르르 녹이고

푸름이 더해 가는 이 계절에

들꽃처럼 강하게 웃어봐야지.

 

 


 

 

곽승란 시인 / 마음으로 날아온 햇살

 

 

가을 닮은 겨울이

따스한 햇살로

베란다 유리 창으로 다가와

살포시 손등에 앉는다

 

유난히 차분해진 마음으로

미소 가득 머금은 한낮

말 없는 시계 가는 소리만

적막 속에 채깍채깍

 

차갑고 차가운 그리움

배시시 아기미소를 지으는

겨울 햇살에게 녹아

쓸쓸한 마음까지 토닥인다

 

모락모락 연기나는

차 한 잔의 여유

외롭다 못해 즐긴다

아! 행복지고 싶다.

 

 


 

곽승란 시인(필명: 란초)

2014년 아람문학 여름호 등단(시 부문). 2014,2015년 아람문학(가을호,여름호) 이계절의 시인 선정. 2016년 민주문인협회 동인지 민주문학 공저. 2017년 민주문학 계간지 봄호 공저. 민주문협 정회원. 민주문협 운영위원. 민주문학회 현 부회장. 현 아람문학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