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란 시인 / 눈물 자리 그 자리
동장군 콧노래 흥겨워해도 남들은 그럭저럭 살만하다는데 내겐 따스한 마음 오간데 없고 남은 외로움 익어만 간다.
눈물 자리 깊어가는 그 자리 그리움 먹으며 적실 때 겨울 하늘빛 햇살에 얼었던 땅 녹으면 시린 가슴 녹여 흘러 보내고
산 너머 저 너머 먼 곳에서 들로 산으로 봄바람 불어와 아지랑이, 벌, 나비 함께 오면 한숨 배인 베갯잇 뜯어 빨아 양지 쪽에 훌훌 털어 말려야겠다.
곽승란 시인 / 눈밭이 따뜻하다 지만
마른 가지 사이로 심심한 바람이 불어온다. 외로움에 가득 찬 내 가슴에 한기로 다가온다.
어떤 이들은 눈밭이 따뜻하다 지만 외로운 사람에겐 차갑게만 느껴지는데
춥다, 추워온다. 따뜻한 화롯가에 보리차 한 잔이라도 그대와 함께라면 행복할 텐데
먼 길 머나먼 길 떠난 그대가 다가온다. 가을 한겹 뒤에 숨은 추운 바람을 타고.
곽승란 시인 / 달그림자의 사연
하루 일을 마친 붉은 태양은 휘어진 가지에 걸터 앉아 어둠을 재촉하고
서산에 수놓는 저녁 놀 어느새 달빛을 마중하며
가슴에 숨은 그리움 살며시 고개를 든다.
마음 안에 이미 봄이 서성이는데 겨울밤을 밟는 바람은 갈대 숲에 숨어 기웃거리고
임 그리워 목멘 내 작은 가슴 처연한 사랑 그리워 슬픈 달그림자 품고 있다.
곽승란 시인 / 달맞이 꽃 그리움
한번쯤 더 바라 보고 싶은 저 하늘가. 서산 끝자락에 걸려 있는 황혼 빛 반가워 얼굴 내민 노오란 달맞이 꽃 달빛이 그리운 걸까 사랑이 그리운 걸까
둥근 달이 뜨면 남몰래 곱게 숨겨둔 그리운 잎새 하나 둘 터트리며 사알짝 오색실로 수 놓은듯 이슬 방울 머금어 무지개 피우고
지극히 고운 입김 뜨거워 사랑하기도 전에 충혈된 슬픈 눈 망울 달빛에 가리우고 마음은 어느새 파아란 하늘에 돛단배 띄워 사랑 하는 님 어서 오라 손짓하네. 그리움에 내얼굴야위어 간다고.
곽승란 시인 / 당당한 황혼의 동행
모자란 만큼 어리석음은 질긴 고독을 되씹고 지나온 세월은 무성하리 만큼 온갖 삶을 운명처럼 버리지 못한 채 또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새로움에 가슴 설레던 희망은 아무 것도 아닌 무의미란 하루하루가 먹어버린 것인지 끝까지 가슴 한켠 무거움을 버리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낼 것인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삶의 모퉁이 이젠 뒤돌아서 후회보다 주름진 갈피갈피마다 거름을 주고 희망을 심어도 늦지 않은 건지
설음이 진하게 눈물로 다가와도 커피 한 잔에 담아 마시고 당당하게 황혼의 동행이 된다면 나의 바보스런 삶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곽승란 시인 / 들꽃처럼
긴 겨울 황량한 바람 때문에 상큼한 흙 냄새 들꽃향기 흰 눈이 덮어 어디론가 숨었고 추워서 얼고 외로워서 춥던 날 뜨겁던 옛이야기 들춰보았네.
꿈과 희망의 결실로 행복 열매 얻고 싶던 시간을 모두 다 태우고 뒤돌아서 울던 날 그래도 그때가 그리운 것은 따스한 봄기운 때문인 거야!
별빛 쏟아질 것 같은 한 겨울 지나고 차가운 눈 속에서 꿈틀거리며 단단해진 흙 박차고 헤쳐 나오는 어린 생명체처럼
고독은 즐기고 외로움 벗 삼아 얼어서 시린 가슴 봄눈 녹듯 사르르 녹이고 푸름이 더해 가는 이 계절에 들꽃처럼 강하게 웃어봐야지.
곽승란 시인 / 마음으로 날아온 햇살
가을 닮은 겨울이 따스한 햇살로 베란다 유리 창으로 다가와 살포시 손등에 앉는다
유난히 차분해진 마음으로 미소 가득 머금은 한낮 말 없는 시계 가는 소리만 적막 속에 채깍채깍
차갑고 차가운 그리움 배시시 아기미소를 지으는 겨울 햇살에게 녹아 쓸쓸한 마음까지 토닥인다
모락모락 연기나는 차 한 잔의 여유 외롭다 못해 즐긴다 아! 행복지고 싶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정희 시인 / 사십대 외 4편 (0) | 2020.07.23 |
|---|---|
| 강은교 시인 / 그 나무에 부치는 노래 외 4편 (0) | 2020.07.23 |
| 손택수 시인 / 앙큼한 꽃 외 4편 (0) | 2020.07.23 |
| 이혜미 시인 / 목요일의 오달리크 (0) | 2020.07.22 |
| 정용화 시인 / 추파(秋波) (0) | 2020.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