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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화 시인 / 추파(秋波)
가을은 단풍을 꺼내놓고 바람을 길들인다
모든 풍경이 겨울 속으로 사라지기 전 가을이 세상을 향해 힘껏 던진 추파에
은행나무는 저 혼자 노랗게 타오르고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들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늘은 더욱 파란색이다
호소의 힘은 늘 언어 밖에 있어 말없이 하늘의 소매 끝을 붉게 물들이는 저 커다란 홍시 하나
여름에 땡감이 떫지 않으면 어찌 가을 끝자락에 홍시로 남을 수 있겠는가
이 달큰한 풍경! 이것이 내가 가을이라고 쓰는 까닭이다
가을은 마음대로 다정했다가 함부로 냉정한 그대를 닮아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의 눈길로 온 몸을 붉게 출렁이고 싶은 가을 물결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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