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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용화 시인 / 추파(秋波)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2.

정용화 시인 / 추파(秋波)

 

 

  가을은 단풍을 꺼내놓고

  바람을 길들인다

 

  모든 풍경이 겨울 속으로 사라지기 전

  가을이 세상을 향해 힘껏 던진 추파에

 

  은행나무는 저 혼자 노랗게 타오르고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들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늘은 더욱 파란색이다

 

  호소의 힘은 늘 언어 밖에 있어

  말없이 하늘의 소매 끝을 붉게 물들이는

  저 커다란 홍시 하나

 

  여름에 땡감이 떫지 않으면

  어찌 가을 끝자락에 홍시로 남을 수 있겠는가

 

  이 달큰한 풍경!

  이것이 내가 가을이라고 쓰는 까닭이다

 

  가을은

  마음대로 다정했다가

  함부로 냉정한 그대를 닮아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의 눈길로

  온 몸을 붉게 출렁이고

  싶은 가을 물결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2월호 발표

 

 


 

정용화 시인

충북 충주에서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창과 전문가 과정 졸업.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 석사과정 재학중. 2001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가 있음. 현재 안양 여성문학회 회원. 좋은시문학회 회원. 민족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