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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시인 / 그 나무에 부치는 노래
그 나무 지금도 거기 있을까 그 나무 지금도 거기 서서 찬 비 내리면 찬 비 큰 바람 불면 큰 바람 그리 맞고 있을까 맞다가 제일 떨어내고 있을까
저녁이 어두워진다 문득 길이 켜진다
강은교 시인 / 꽃
지상의 모든 피는 꽃들과 지상의 모든 지는 꽃들과 지상의 모든 보이는 길과 지상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길들에게
말해다오 나,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강은교 시인 / 등불과 바람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등불 하나는 내 속으로 걸어 들어와 환한 산 하나가 되네
등불 둘이 걸어오네 등불 둘은 내 속으로 걸어 들어와 환한 바다 하나가 되네
모든 그림자를 쓰러뜨리고 가는 바람 한 줄기
강은교 시인 / 물에 뜨는 법
힘을 빼야 하네 어깨에서 어깨 힘을 발목에서 발목힘을 그런 다음 헐거워진 그대 온몸 곧게곧게 펴야 하네
그대 어깨에서 키 큰 수평선들 달려나오고 그대 발목에서 꽃 핀 섬들 달려 나와 황금빛 지느러미 훨 훨 훨 훨 흔들 때까지
예컨대 길이 길의 옷을 입을 때까지.
강은교 시인 / 봄
노오란 아기 고무신 한 켤레 한길 가운데 떨어져 있네 참 이상도 하지 자동차 바퀴들이 떠들며 달려오다 멈칫 비켜서네
쓰레기터 옆 버스정류소에는 먼지 뽀얗게 뒤집어쓴 개나리 꽃망울 터질락 말락 하고 있는데
'그으대에여어 사아아랑의 미이로오여'
버스에서 내린 한 사람 구르는 돌 하나 냅다 차 던지니 한길 속 거기에 가 서네
참 이상도 하지 햇볕에 젖은 노오란 아기 고무신 누군가 벗어놓은 살처럼 얌전히 꼼틀대는 봄의 깊은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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