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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란 시인 / 잊히지 않는 사랑
마음 속에 꽁꽁 숨어버렸던 사랑 잊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잊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단풍이 들고 하얀 바람을 맞으며 순간 들척거리는 마음들이 그리움의 끈을 꽁꽁 묶어 놓고 말았지요. 봄이 지나 여름이 다가와 아름다운 붉은 장미의 미소로 묶여진 매듭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를 풀면서 고마운 사랑 두 개를 풀면서 나에게 행복을 준 사랑 셋. 넷을 풀면서 그리워하며 영영 슬프게도 하는 사랑
그러나 가슴에 남아 있는 잊히지 않는 그리움은 그대와 나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곽승란 시인 / 작은 행복 큰 기쁨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왜그리 사는 게 바쁜지 매일 하루 하루가 같습니다. 세상살이가 이런 것이라면 아마도 살맛 나지 않겠지요.
하루하루 고단함에 지쳐 가는 나의 삶에 잠시 사색에 잠기어 휴식을 취하고 싶습니다. 때론 음악도 들어가며 때론 좋은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 음식 먹으며 차 한 잔에 즐거움을 찾고 싶기도 하지요.
하지만 정작 피곤에 지친 나의 육신과 마음에 필요한 것은 다정한 눈빛 하나 곁에 있으면 지친 몸 봄눈 녹듯이 사르르 녹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삶이란 이렇듯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 봅니다.
곽승란 시인 / 잘 살아도 못 살아도
눈 부신 햇살 속에 바람이 비집고 들어 와 한 잎 낙엽 마저 흔들고 서녘으로 지는 해는 붉은 노을을 토한다
잔별이 내려앉는 베란다 창 사이로 노을이 남긴 그림자 미소를 지어도 텅 빈 가슴에 내린 노을 빛 애잔하다
잎새 잃은 나목은 내 마음 알까 지쳐버린 추억을 따뜻한 차 한 잔에 적시면 화롯불처럼 화끈한 사랑이 그리워지려나
잘 살아도 못 살아도 남은 삶 갉아먹는 벌레는 되지 말아야할 텐데 희망은 버리지 말아야할 텐데.
곽승란 시인 / 저 아린 가을을
귀뜨라미 밤새 울어 대는 가을 약속도 하지 않은 가을은 성큼성큼 내 앞에 서 있는데 견딜 수 없고 주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나를 휘젓는다.
가을볕에 충만이 익어야 할 내 마음인데 어째서일까? 두근두근 안절부절 바늘방석인 것이 버려야지, 하고 버리지 못한 그 무엇이 예전처럼 푸른 감정을 먹어 버린 걸까?
내 마음도 노란 은행잎처럼 빨간 단풍잎처럼 물들어 가는 건지 저 아린 추억 너머에 아직도 무언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건지 땅거미 앉을 때면 허허한 이 마음 갈피를 잡을 수 없네.
계절은 쉼 없이 가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을 잡아 놓을 수 없으니 즐기고 싶은 영혼아, 가을아 허허한 마음 하나 잡아 주지 않으련.
곽승란 시인 / 중년 그 사랑에
어느 날 밤하늘 작은 유성처럼 빛나던 까만 눈동자가 우연을 핑계로 다가왔지.
미소가 멋진 사람 지쳐 있던 나의 삶에 충만했던 사랑 아름다운 추억을 그림처럼 그려주고 계절 따라 바람 따라 흔적 없이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 머릿결 희나리 되어도 잡초처럼 질긴 그리움 꽃 "울지 마, 우지마라, 내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잖아!
미련 있어 그리운 건 아닐진데 그래서 사랑은 끝이 없다고 하는가 보다.
곽승란 시인 / 중년엔 뭘 해도
명예와 영광 바라지 않아요. 부귀영화도 탐내지 않습니다. 고운 마음 서로 주고받으며 앞에서 잡아주고 뒤에서 밀어 주는 그런 사랑이면 족하지 않을까요.
진정으로 진실로 사랑을 가슴으로 나누고 믿음으로 아끼며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배려 그렇게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낀다면 유리병 사랑은 안되겠지요.
서로 따뜻한 미소로 시기와 질투 없는 마음 가슴에 따스한 정 나누며 눈멀고 귀먼 사랑으로 우리 함께 천천히 걸어가는 그런 사랑은 어떨까요.
노을이 아무리 곱다 해도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곱게 보이지 않겠지요. 그저 겉은 조금 모나도 마음이 순수하다면 중년엔 뭘 해도 로맨스래요.
곽승란 시인 / 첫눈 내린 날
아름다움을 뽐내던 계절 무심히 떠나보내고 그리움을 품에 안은 12월은 문지방 넘어야 할 구름에게 심통을 낸다.
잔뜩 찌푸린 구름은 어쩔 수 없는지 노쇠한 억새를 툭툭 건드리다 끝내 꽃눈을 뿌리며 바람까지 불렀다.
창밖에 흩날리는 눈꽃을 바라보던 서글픈 눈망울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하얀 꽃길을 함께 걸었던 누군가를 막연히 그리워하고
차디찬 바람 속에 한가닥 희망을 품은 나뭇잎 하나 차가운 눈 속에 애처로움이 나처럼 따뜻함을 그리워하는가 보다.
곽승란 시인 / 추억 더미 속에서
잃은 것이 많아도 쌓인 것이 많아도 안개 자락 붙잡고 꿈처럼 동화처럼 추억 고개 넘는다.
시곗바늘 이끄는 대로 세월의 뒤안길에서 지나가는 봄 내음에 들꽃향기 마시며 이어가기를 계속하는 삶
그 삶 속에 그대가 있고 내가 있고 우주 전체가 있으니 천 밤이 지나가도 잊히지 않는 추억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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