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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금찬 시인 / 우수절 부근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30.

황금찬 시인 / 우수절 부근

 

 

모두 울고 있다.

이 계절엔.

 

오고 있는가

비도 내리고 있는가

겨울이 풀린 계곡에

메아리도

울리고 있는가

 

마음의 얼음도

풀리려는가

너와 나는

본래 적이 아니다

사랑이 오려는가

 

이 반목의 계절은

이제 가고

이해의 바다가

열리려는가.

 

우수절

강물도 풀리는데

나는 너를 미워할 수가 없구나

사랑하려고

죽기까지 사랑하려고

사랑 앞에는

원수도 없다고

 

들려오는가

해빙의 나팔소리가

이 계절에

메아리처럼 울려오고 있는가

이 우수절에.

 

 


 

 

황금찬 시인 / 진실의 나무에게

 

 

언제나 하늘의 입을 열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너 나무여

 

바다 같은 귀를 열고

사랑의 이야기를 듣는

의로운 과실이여

 

지금은 20세기말

진리를 위하여

저 언덕을 넘어야 하고

산악 같은 세파도

잠재워야 하느니

너 진실의 나무여

 

이성의 칼날은 선한 꽃인데

불의를 일삼는

오늘의 녹슨 파편들이

이 시대에 홍수처럼

흘러가고 있다

 

나무여

이 시대의 선한 나무여

사랑과 이해의 열매를

열리게 하라

 

간혹 구름이나

새들이 날아와 길을 묻거든

나무여

사랑과 이해의 길이

여기 있다고 말하라

 

나무여

말하려나

진실의 길은 언제나

등불 앞에 있다고

말하려나.

 

 


 

 

황금찬 시인 / 출발을 위한 날개

 

 

선구자의 길은 험하고

또한 가난하다

하지만 언제나 광명을 찾고

길을 열어 현재를 미래로

날아오르게 한다

 

어둠 안에서 빛은 하늘이 되고

불의와 비정 안에서 선은

향기로운 장미의 꽃이 된다

이성의 칼날은

집 속에 숨어 있지 않고

바른 판단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내일의 소망은

더 크고 더 넓다

어제도 정의롭고

오늘도 의가 아닌 길은 가지 않지만

내일은 사랑으로 이루는 바다

그 바다 위에 구원의 배를 띄우라

이 일을 우리는 바라고 있느니

 

열매없는 잎만 무성한

나무뿌리에 도끼를 놓았다고

예언하라

저 나단의 입을 빌어

하늘은 언제나 푸르라고

그렇게 일러야 하고

 

이 땅의 올바른 지혜들을 위하여

다윗의 가락을 빌어

노래하여야 한다

선구자의 길은 좁고 험하지만

그 길에 하늘의 광명이 있느니

그것을 선택하는 이 시대의

빛나는 양심이 되자.

 

 


 

 

황금찬 시인 / 하늘

 

 

대답하라고

천 년을

흔들어 깨웠느니라

 

들리는 것은

언제나 하늘에

파도소리

 

따라가고 있었다

해가 뜨고

태양이 기우는

그 허공

외롭지 않았다

 

반복되는 것은

아침이 열리는 것과

저녁이 오는 것일레

 

갈릴리

호숫가에

발소리

 

이제야 알겠노라

혼자 가는 것이라고

이제서야 알겠노라.

 

 


 

 

황금찬 시인 / 행복

 

 

밤이 깊도록

벗 할 책이 있고

한 잔의 차를

마실 수 있으면 됐지

그 외에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친구여

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연인은 있어야 하겠네

 

마음이 꽃으로 피는

맑은 물소리

 

승부에 집착하지 말게나

3욕이 지나치면

벗을 울린다네.

 

 


 

황금찬 시인(黃錦燦 1918년-2017년)

1918년 강원 속초시 출생. 1947년 ,새사람>에 처음으로 시를 발표하였고 1951년 시 동인 '청포도'를 결성했다. 1953년 <문예>지에 <경주를 지나며>가 추천되어 정식으로 등단했다. 1965년 첫 시집 <현장>을 낸 이후 2008년 <고향의 소나무>까지 거의 매년 시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창작을 해왔다. 1948~78년에 강릉농업고등학교,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했고, 1978~80년 중앙신학대학 기독교문학과 교수, 1980년~94년에는 추계예술대학, 숭의여자전문대학, 한국신학대학에서 강의했다. 1996 대한민국문학부문문화예술상. 1992 문화의 달 보관문화훈장. 1990 서울시 문화상. 1982 한국기독교 문학상. 1973 월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