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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영은 시인 / 검시관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30.

강영은 시인 / 검시관

 

 

  차 유리창을 노크 했을 때

  머리를 맞댄 두 죽음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텅 빈 입 속에서 뇌조가 튀어나왔다

  수 천 미터의 상공으로 날아오른 뇌조는

  날카로운 쇳소리로 울부짖었지만

  구름을 뚫지 못한 지층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뇌조가 이 세상의 초록빛 말을 버리는 순간

  허공이 무덤을 팠으므로 허공이 제 몸을 뒤집어

  뇌조의 행방을 알려주기 전까지

  죽음의 배후에 입이 있다는 것을

  입이 입을 껴안는 방식은 귀에 있다는 것을

  귀가 말의 무덤인 것을 알지 못했다

  뇌조가 빠져나간 몸을 알코올로 적실 때마다

  입에서 흘러나온 악취에 얼마나 자주 젖어야 했던가

  입과 귀가 통하지 않는 세상과 만날 때 마다

  그 구멍을 솜으로 틀어 막아야 했다

  뇌조 속에서 돋아나온 기표들

  세상에 뿌려놓은 입들이 무성하게 자라나도록

  귀의 행방을 오래도록 더듬을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초록빛 귀에 대하여

  사람들은 죽음 뒤편의 말을 골라 먹을 것이다

  무덤 속에 든 입을 꺼낸 것처럼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월호 발표

 

 


 

강영은 시인

제주에서 출생.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으로 『녹색비단구렁이』(지혜사랑, 2008)와 『최초의 그늘』(시안, 2011) 등이 있음. 제8회 시예술상 우수작품상 수상. 현재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서울과학기술대학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