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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시인 / 별
새벽 하늘에 혼자 빛나는 별 홀로 뭍을 물고 있는 별 너의 가지들을 잘라 버려라 너의 잎을 잘라 버려라
저 섬의 등불들, 오늘도 검은 구름의 허리에 꼬옥 매달려 있구나
별 하나 지상에 내려서서 자기의 뿌리를 걷지 않는다
강은교 시인 / 사랑법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뒤에 있다.
강은교 시인 / 서시
이제 눈뜨게 하십시오 눈떠 저희의 손과 발 바람 속에 흔들게 하십시오.
수천킬로미터의 들판을 지나 들판에 겹겹이 앉아 있는 노을들과 굽이치는 죽음을 지나
당신이시여 검붉은 피 여직 흐르는 슬픈 가슴이시여
여기엔 머뭇거리는 길뿐이오니 여기엔 눈먼 안개와 허우적이는 그림자들뿐이오니
아,이제 일어서게 하십시오. 일어서 당신의 깊은 가슴 속 저희가 헤엄치게 하십시오 저희의 피가 수평선을 이루고 저희의 흐느낌이 함께함께 출렁이게 하십시오
강은교 시인 / 수평선
이제는 돌아갑시다 돌아가 깊이깊이 어둠에 얼굴을 담급시다 수만 주름살 가만가만 몸 흔드는 바닷가 철없이 나와 앉은 피안의 등불들 거품으로 거두고 큰 소리 한 번 외쳐 봅시다
부서지는 것은 파도만은 아니리 부서지면서 온전한 것
또한 바다만은 아니리
강은교 시인 /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에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를 말하면서 올 대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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