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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영효 시인 / 북소리의 뒤쪽 2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1.

정영효 시인 / 북소리의 뒤쪽 2

 

 

  허(虛)를 빚기 위해 오랜 파장으로 머무는

  한생이 지나간 소리의 뒤를 듣는다

 

  육신을 버리고서야 가지게 되는 속

  속을 가지고서야 가둘 수 있는 깊이

  그러나 그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인 듯

  이면을 벗고 북이 소리를 짚을 때

 

  적막의 처소는 태어난다

  멈추기 위해 폭이 생기고

  떨림의 간격으로 경계가 이어지는 곳

  물려받은 울음을 먹고 살다간 짐승이

  다시 태생으로 향하는 무덤

 

  북을 쳐 속을 꺼내보는 것은

  짐승의 후생을 청견(請見)하는 일이지만

 

  북소리는 외부를 삼키지 않는다

  느슨한 무늬로 이어진 가죽과

  스스로 껴안은 몸의 곡선은

  공중에 흩어질 고저를 묶으며

  온 구석을 여는 통점들

 

  소리가 사라지고 남은 떨림으로 그 속을 닫는다

  닫고 나서 열린 뒤

  적막을 건널 수 없어

  내게 머물기 시작한 이명이 현재를 묻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1월호 발표

 

 


 

정영효 시인

경남 남해에서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同 대학원에 재학 中.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