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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시인 / 붉은 해
여기서 해는 서산으로 지는데 붉은 해 등진 큰 벌에서 바리바리 피를 모으던 어머니 좋은 날 좋은 시를 가렸지만 부끄러워라 우리 살은 한 대접 냉수에도 쉬이 풀리는 소금이라 하더이다.
강은교 시인 / 비
부르는 것들이 많아라 부르며 몸부림치는 것들이 많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이 오는 날 눈물 하나 떨어지니 후둑후둑 빗방울로 열 눈물 떨어져라 길 가득히 흐르는 사람들 갈대들처럼 서로서로 부르며 젖은 저희 입술 한 어둠에 부비는 것 보았느냐 아아 황홀하여라 길마다 출렁이는 잡풀들 푸른 뿌리.
강은교 시인 / 연애
그대가 밖으로 나가네 등불 하나를 켜네 뒤에서 빗방울이 달려오네
그대를 따라 깊어진 어둠도 밖으로 나가네 문에는 든든한 네 개의 열쇠를 채우고 늙어오는 길과 늙어 있는 길을 지나
그대가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네 등불 둘을 켜네 뒤에서 빗방울이 달려오네
이 다정한 뭍의 死者들 자정엔 헛소리를 꺼내 드는 아, 이 바닥없는 뭇 잠의 추억들
그대가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네 등불 셋을 켜네
뒤에서 빗방울이 달려오네 그대가 돌아오지 않네
강은교 시인 / 아주 오래된 이야기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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