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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몽구 시인 / 분재
사랑한다는 것은 익숙한 어제와 결별하는 일 향일성의 타성이 깊이 밴 긴 팔부터 가지런하게 자른다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언제나 남의 시선을 빼앗느라 밖으로만 돌려졌던 눈을 감는다 겨우내 얼음의 도가니를 견뎌주었던 단벌옷마저 벗어던지고 매 발톱을 편 3월 앞에 맨몸으로 선다 기름지고 반반한 땅 버린 채 펀펀한 오지그릇만큼만 발을 뻗는다 아름다움은 제 분수를 넘어 꾸미는 게 아니라 아까운 것들부터 버리는 일 잘려나간 감탕나무 분재의 상처 아직 손댈 수 없이 뜨거운 주말 지켜야 할 몫들의 경계를 넘어 주인 자리를 차지한 살림살이들의 뻔뻔스러운 얼굴 그대로 둘 수 없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바닥에 쌓는다 술병을 제치고 장식장을 차지한 책들을 수북한 먼지째 뽑는다 서랍 속에서 멱살이 잡힌 채 갑갑하게 눌려 있는 필기구들, 금방이라도 뒤프레의 울음이 쏟아질 것 같은 낡은 음반, 흐린 눈을 감춘 안경, 빈 페이지들로 불룩한 가방… 분수를 넘어 나를 치장하던 것들을 모아 제활용 분류함에 미련 없이 쓸어넣는다 속보다 두터운 외피들 다 벗어던지고 보지 않아도 좋은 것들을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발가락 애써 감싸던 신발마저 벗어 던지고 내 속에 온전히 갇힐 때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있던 나 꽃샘추위 밀어내며 햇귀 한쪽 비쭉 내민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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