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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시인 / 내게도 용 문신을 새기는 밤이 오리라
오래된 TV 드라마에서 한 밤중에 마당에서 줄넘기를 하자 뭐 하느냐고 물으니 고독에 몸부림친다 해서 웃은 적이 있다. 그 때 웃을 일이 아니었고 지금 나도 고독해졌다. 친구와 휩쓸려 1 차 2 차 술자리를 하다가 3 차 노래방에서 그 겨울의 아침을 부르고 장밋빛 스카프를 부르던 날이 꿈이었나 싶다. 스마트 폰의 많은 연락처 중에 선뜻 눌러야 할 이름이 없다. 이렇게 고독한 날은 화투 패를 뜨거나 전신에 문신을 새기고 싶다.
몸을 화판으로 더 이상 고독하지 말라고 나와 함께 살아갈 문신을 새기는 것 깍두기처럼 가끔 어깨에 힘을 넣고 꿈틀거리는 문신을 과시하는 것 닭 피로 문신을 새기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순하게 느끼도록 사군자를 새기던지 풀꽃을 새겨도 좋지만 용 문신을 새기고 싶다. 천지를 우레로 뒤흔드는 용, 여의주를 물고 청동의 몸을 꿈틀대며 어둠에 불의 칼을 휘두르듯 일획을 그으며 끝없이 승천하는 용꿈을 꾸고 싶어
머지않아 용이 내 몸에서 벼락 치듯 날 것이다. 내 몸은 용의 터전, 나를 박차고 용이 치솟는 날을 기다리다보면 내 고독도 용꿈에 밀려 사라질 것이므로 앞으로 용 문신을 새길 몸에 피가 나도록 박박 문지른다. 용이 나를 낚아채 하늘로 오르다가 떨어뜨리는 악몽을 꾸더라도 고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므로 이 모든 것을 견디며 기다리리라.
다시 한 번 단언하지만 내게도 용 문신을 새기는 밤이 오리라.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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